“이렇게 하다가는 재판 끝나는데 몇 년이 걸릴 수 있어요. 그렇게 재판부가 끌려갈 수 없는 사건입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유영근) 심리로 열린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첫 공판기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못 박았다. 기록 검토 시간이 부족하다는 변호인 측 주장이나 추가 수사 중이라 일부 증거자료를 내줄 수 없다는 검찰 측 입장 때문에 재판이 지연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최 회장은 2000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날 최 회장 측 변호인은 “기소된 지 한 달이 되어 가는데 어제부터 증거기록 등사가 허용됐다”며 “서류를 검토할 기회가 없어서 오늘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입증계획 등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도 “오늘 법정에서 처음으로 공소사실에 대한 변호인의 입장을 받았다”며 “아직 어떤 쟁점에 주력해야 할지도 선별이 안 된 상황이라 다음 기일에 프레젠테이션(PT)으로 쟁점별 설명을 드리겠다”고 했다.
양측이 모두 난색을 표하자 재판부는 “피고인의 구속 만기 전까지 재판을 끝내는 걸 목표로 삼을 것”이라며 신속한 재판 진행을 주문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검찰이) 구속사건으로 해오지 말던가 했어야 한다”며 “구속사건인 이상 재판이 지연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2일 한 번 더 준비기일을 열고, 다음달 22일부터는 매주 재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공판이 예정된 다음달 22일부터는 최 회장도 법정에 직접 출석해야 한다. 이날 검찰과 최 회장 측은 구체적인 입증계획 등을 밝히기로 했다.
다만 재판부가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도 방대한 수사기록과 많은 증인으로 재판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 최 회장의 수사기록은 3만8000쪽에 이르고, 검찰에서 진술한 관련 인물은 120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추가 수사도 변수다. 이날 법정에서 검찰은 “(최 회장과 관련해) 아직 처분을 하지 못한 혐의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SK텔레시스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SKC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한 혐의와 관련해서는 “지주사 추가 수사도 진행중”이라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해당 혐의 외에도 SK텔레시스 자금 164억원을 회계처리 없이 인출해 SK텔레시스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인 유상증자 대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 가족과 친척 등을 회사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230억원 넘는 급여를 타낸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