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호주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오사카 나오미(24·일본)가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멈춰야한다고 주장했다.
오사카는 28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들이 버블티나 일본 만화, 모찌, 스시, 말차 등을 좋아하는 만큼 아시아인을 사람하면 어떨까”라며 “어떤 문화의 부산물들을 즐기고, 그로부터 이익을 얻으면서 그 문화를 만들어낸 인종을 공격하고 차별하는 걸 상상해보라”고 지적했다.
오사카는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런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에선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해 8명의 희생자가 나와 미국 사회 내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증오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오사카는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인으로 ‘흑인’과 ‘아시아인’이란 이중 정체성을 갖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을 때도 오사카는 인종 차별에 반대하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 바 있다. 9월 US오픈 당시엔 매 경기 흑인 인종차별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고 코트에 들어서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자신을 ‘흑인 여성(Black Woman)’이라 지칭했던 오사카는 이번엔 또 다른 정체성인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멈춰야한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오사카는 같은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시아인 혐오를 멈추자(#stopasianhate)’란 해시태그를 달고 “이게 해시태그나 슬로건이 돼야한다는 사실조차 정말 슬프다”며 “이건 상식이지만 현재 세계에선 상식이 일반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썼다.
오사카는 현재 세계 여자테니스의 ‘대세’로 떠오른 상태다. 2018년 US오픈, 2019년 호주오픈을 제패해 아시아 선수 최초로 남녀 테니스 단식 세계 1위에 올랐던 오사카는 2020년 US오픈에 이어 올해 또 다시 호주오픈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떨어졌던 랭킹을 다시 세계 2위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마이애미오픈(총상금 326만190달러)에 출전 중인 오사카는 30일 열린 16강전에서 엘리서 메르턴스(17위·벨기에)를 2대 0(6-3 6-3)으로 누르고 8강에 오른 상태다.
역시 8강에 진출한 애슐리 바티(1위·호주)가 4강에 오르지 못하고 오사카가 결승 진출에 성공하면 4월 초 세계랭킹에선 오사카가 1위가 된다. 바티가 4강에 진출할 경우엔 오사카가 우승을 차지할 경우 1위를 쟁탈할 수 있다. 어떤 방식이든 세계 최강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는 오사카가 사회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미국 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