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에서 군경의 총격에 숨진 친구의 장례식에서 오열하는 10대 소년의 모습이 SNS에 공개됐다.
영상은 지난 28일 숨진 13세 소년 사이 와이 얀의 장례식에서 한 현지 기자에 의해 촬영됐다. 이날 장례식에서 얀의 시신을 마주한 친구는 유리관에 손을 얹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곁에 있던 얀의 가족들도 오열하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얀은 시민 114명이 목숨을 잃는 등 최악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던 지난 27일 미얀마 ‘국군의 날’ 사망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거주하는 얀은 군경의 총격이 시작되기 전 집 앞에서 영상 속 소년과 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갑자기 마을로 들이닥친 군경이 총격을 시작하면서 놀란 두 소년은 손을 맞잡고 도망쳤다. 결국 얀은 총에 맞아 쓰러졌고, 다른 소년은 친구가 눈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얀이 사망한 날 미얀마에서는 5~15세 어린이 최소 4명이 군경의 총탄에 숨졌다. 군경의 무차별 진압이 계속되면서 미얀마 내 18세 미만 사망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23일 오후 제 2도시 만달레이에서는 한 주택 안에서 아빠 품에 안겨 있던 6세 소녀가 총격에 숨지는 일도 있었다.
미얀마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단은 성명을 내고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 특히 어린이들을 살해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미얀마의 76회 국군의날은 영원히 테러와 불명예의 날로 새겨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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