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미혼 절반 이상이 캥거루족…여성 결혼에 더 부정적

입력 2021-03-30 13:37 수정 2021-03-30 14:17

30대 미혼 남녀의 절반 이상이 부모와 동거하는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고용불황과 비혼·만혼이 심화한 탓이다. 미혼 여성이 미혼 남성보다 결혼에 더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다고 분석됐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여성은 ‘일에 더 충실하고 싶어서’, 남성은 ‘소득이 적어서’를 꼽았다.

통계청이 30일 발간한 ‘통계플러스 2021년 봄호’에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저(低)혼인 시대, 미혼남녀 해석하기’ 연구 보고서가 실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미혼 인구 가운데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54.8%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30대 초반(30∼34세) 미혼 남녀의 부모 동거 비율은 57.4%, 30대 후반(35∼39세)은 50.3%였다.

반면 30대 초반 ‘나홀로 가구’(1인 가구)의 비율은 25.8%, 30대 후반은 32.7%였다. 캥거루족이 나홀로족보다 각각 31.6% 포인트, 17.6%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다른 연령대 미혼 남녀(20∼44세)의 부모 동거 비율은 20대 초반(20∼24세) 72.0%, 20대 후반(25∼29세) 64.8%, 40대 초반(40∼44세) 44.1%로 연령대와 반비례했다. 반면 미혼 ‘나홀로 가구’(1인 가구)의 비율은 20대 초반 11.1%, 20대 후반 17.8%, 40대 초반 38.3%로 연령대와 비례했다.

박시내 통계계발원 서기관은 “청년층 고용 불황이 지속되고 주택 비용이 상승하는 가운데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 세대에게서 경제적·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44세 미혼 남녀 중 부모와 동거하는 경우 아파트의 비율이 56.8%로 가장 높았다. 반면 미혼 1인 가구는 단독주택 비율이 51.2%로 가장 높았다. 부모와 동거하는 경우 70.7%가 자가인 데 비해 1인 가구 중 자가는 11.6%에 불과했다. 1인 가구 59.3%는 월세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서기관은 “부모세대와 동거하는 미혼 남녀는 자산 축적이 이뤄진 부모세대가 가구주이지만, 1인 가구는 부모로부터 분리한 세대로 청년층의 빈약한 경제 상황이 주거 상황에 고스란히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결혼에 대한 인식은 미혼 여성이 미혼 남성보다 더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결혼하지 않은 30∼44세 남녀를 대상으로 결혼 필요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은 남성이 13.9%였다. 반면 여성은 3.7%로 격차는 10.2% 포인트에 달했다.

결혼을 “하는 편이 좋다”는 의견은 남성이 31.5%, 여성이 17.7%로 13.8% 포인트 벌어졌다.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견해는 남성이 45.9%, 여성이 61.6%로 여성이 15.7% 포인트 높았다. “하지 않는 게 낫다”는 답변은 남성이 6.4%, 여성이 15.5%였다.

결혼 제약 요인으로는 미혼남녀 모두 ‘본인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남성 18.4%, 여성 23.4%)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미혼 남성의 경우 이어 “소득이 적어서” 15.0%, “결혼에 적당한 나이를 놓쳐서” 10.9% 순으로 나타났다.

미혼 여성은 결혼 제약 요인 2위로 “결혼보다 내가 하는 일에 더 충실하고 싶어서”(19.3%)를, 3위로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12.4%)를 각각 꼽았다. 남성과 결혼제약 요인에서 일부 인식차이를 보인 셈이다. 박 서기관은 “최근 결혼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청년층 비혼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남성은 경제적 요인, 여성은 일·가정 양립을 각각 부담으로 꼽았다”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