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서울시 공무원들의 ‘현장시정추진단’ 트라우마

입력 2021-03-30 11:05 수정 2021-03-30 11:25
서울시공무원노조 관계자가 지난 26일 오세훈 후보 선거캠프에 정책질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들에게는 ‘현장시정추진단’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7년 업무능력이 떨어지거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들을 퇴출시키겠다는 명분하에 실·국·본부별로 하위 3%의 명단을 강제로 제출하게 한 후 이 중 100여명을 추려 ‘현장시정추진단’이라는 이름으로 재교육을 시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재교육 이름에 맞지 않게 자기 계발이나 직원역량 강화와는 거리가 먼 담배꽁초 줍기, 풀 뽑기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대상자들이 심한 모멸감을 느꼈고 일부 직원들은 사표를 쓰기도 했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되살아난 것이다.

서울시공무원노조(서공노)는 지난 26일 국민의힘 오세훈 선거캠프에 전달한 정책질의서에서 “공무원의 신분은 법령이 정한 바에 의하지 않고는 면직·휴직 등 신분상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장하고 있음에도 과거 오세훈 시장시절 ‘현장시정추진단’이라는 이름으로 재교육을 단행한 바 있다”며 “이에 대해 서울시의 상당수 공무원들이 우려를 가지고 있는데 후보의 입장은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앞서 서공노는 25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선거캠프에도 10개의 공통질문을 담은 정책질의서를 전달했다. 오 후보에게는 공통질문에 ‘현장시정추진단’ 질의를 추가했다.

서공노는 “선거에 관한 한 공무원은 손가락 발가락도 까딱하지 못하게 옥죄여진 상황”이라며 “그나마 이번 정책질의와 답변을 통해 지지할 후보를 각자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되 후보측에서 보내온 답변을 조합원들에게 공지해 각자 유권자로서 적절한 후보를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공노 관계자는 30일 “당시 서울시 공무원들은 ‘현장시정추진단’을 다 기억할 것이다.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엄청난 분란을 일으킨 사건이었다”며 “정상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격적 모멸감을 주어 스스로 떠나게 만든 야비한 수단을 동원한 것이었기에 그 우려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질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