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 좌초로 먹통이 됐던 수에즈운하가 7일 만에 다시 뚫린 가운데 이집트 정부가 사고 책임을 선장에게 돌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고 당시 수에즈운하 측 도선사 최소 2명이 탑승한 상태로 알려졌지만, 계약상 사고가 나도 책임이 면책되기 때문이다.
마하브 마미시 이집트 대통령 항만개발·수에즈운하 담당 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의 책임은 배 선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박 좌초로 인한 보상과 예인선 사용료 등 모든 비용을 선주에게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버기븐호는 일본 쇼에이기센이 소유한 배로, 대만 선사인 에버그린이 빌려서 운항하고 있다. 수에즈운하관리청이 추정한 사고 손실액은 하루 1400만 달러(약 158억원) 수준이다.
길이 400m, 폭 59m 규모의 에버기븐호는 지난 23일 오전 수에즈운하 중간에서 좌초했다. 이 선박은 운하를 사선으로 가로막아 다른 배들의 통행도 전면 중단됐다. 사고 즉시 용선사인 에버그린 측은 “갑자기 불어온 강풍 때문에 (배가) 항로를 이탈하며 바닥과 충돌해 좌초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지만, 수에즈운하관리청은 기계적 결함이나 사람의 실수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며 선원들의 과실에 무게를 실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수에즈운하를 통항할 때는 통상 현지 도선사 1∼2명이 승선한다. 통과에만 11시간가량이 걸리고, 운항 당국과 교신이 잦은 터라 물속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도선사가 배의 운항을 주도한다. 에버 기븐호 역시 사고 당시 도선사가 운항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애초 선사 측이 수에즈운하청과 계약할 당시부터 사고의 최종 책임은 선장과 선주에게 귀속되는 터라 도선사는 면책된다. 다만 도선사가 사실상 선교의 통제권을 쥐는 상황에서 계약상 이유만으로 사고 책임을 지지 않는 건 애초부터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있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한편 마미시 보좌관은 이번 사고에도 불구하고 운하에 대한 보강 공사는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운하는 완벽하게 안전하다. 모든 선박이 사고 없이 지난다”며 “사고가 발생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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