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전시된 유명 그라피티(Graffiti·낙서처럼 그리는 거리예술) 작품이 훼손된 채 발견됐다. 작품을 훼손한 이들은 “벽에 낙서가 돼 있고 붓과 페인트가 있다 보니 낙서를 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40분쯤 20대 연인이 롯데월드몰 지하 1층 ‘STREET NOISE’(거리의 소음) 전시회에 출품된 존원의 작품 ‘Untitled’(무제)에 가로 80㎝, 세로 150㎝ 크기의 청록색 붓 자국을 남겼다.
CCTV 영상에 따르면 당시 근처에 전시장 관리자가 없었고, 연인은 장식으로 작품 앞에 놓여 있던 붓을 이용해 작품에 물감을 뿌렸다. 약 30분 뒤 작품 훼손을 알게 된 전시장 측은 CCTV를 통해 인근에서 쇼핑하던 남녀를 찾아 112에 신고했다.
해당 작품을 설명하는 안내문에는 작품에 대한 기본 정보와 함께 “(작가가 작품을 그린) 당일 사용한 물감과 붓, 신발과 각종 퍼포먼스 장비들도 작품과 함께 디스플레이 되었다”며 작품 아래 놓여진 소품들이 전시의 일부임을 설명했다.
전시장 측은 훼손에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이들을 선처할 방침이다. 전시장 관계자는 “작가 측에 소송이나 보험처리를 하지 않는 쪽으로 제의하는 중”이라며 “만일 작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배상은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훼손된 작품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걸어두기로 했다.
이어 “오늘(30일) 오후 4시 복원사가 작품 복원 가능 여부 감별 및 비용 측정을 할 예정”이라며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작품 가이드라인 및 유의사항 안내를 관람객들에게 더 원활하게 전달되도록 추가 설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업체 측이 대화로 원만히 해결하고 싶다고 해 일단 현장에서 종결한 사안”이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추후 법적 절차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한편 존원은 화려한 색감과 자유로운 구도를 통해 자유와 젊음을 표현해 거리의 낙서를 예술로 발전시켰다고 평가받는 세계적인 작가다. 전시장 측에 따르면 훼손된 작품은 존원이 2016년 내한해 그린 가로 700㎝ 세로 240㎝ 크기의 작품이다. 작품가는 5억원대라고 전해진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