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인상에 따른 ‘내로남불’ 논란으로 경질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자신의 전세금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올렸다”는 취지의 해명으로 더 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김 전 실장과 배우자의 예금이 14억원이 넘는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이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관보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공동명의로 소유 중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아파트(120.22㎡)를 전세로 주고, 성동구 금호동 두산아파트(145.16㎡)에 전세로 살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이 임대료 인상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 29일 청담동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하면서 기존 전세금 8억5000만원에서 14.1% 인상한 9억7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 전 실장은 “현재 사는 전셋집(금호동 두산아파트) 집주인의 요구로 2019년 12월과 2020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보증금을 2억원 넘게 올려줘야 했다”며 자신이 올려받은 전세보증금으로 이를 충당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관보에 게재된 지난해 말 기준 김 전 실장의 재산내역을 살펴보면 본인 명의의 예금이 9억4645만원, 부인 명의의 예금이 4억443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모친(6900만원), 장남(2146만원) 등을 합치면 지난해 말 총 예금액은 14억7317만원에 달한다.
김 전 실장은 2019년 말 기준 재산 신고에서도 16억8967만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실장이 예금으로도 충분히 전셋값 인상분을 충당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실장이 전셋값을 올려받은 일을 청와대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7월 김 전 실장이 전셋값을 올린 뒤에도 그동안 아무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만일 이번에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교체도 안 됐을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이 이 일에 대해 사전에 청와대 내부에서 설명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굳이 이번 건만의 영향은 아니다.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본인이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강력히 의사를 표명했다”고만 답했다.
청와대 인사 조처 후 김 전 실장의 고향과도 같은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김 전 실장의 경질은 당연한 일”이라며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적폐를 남 일처럼 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직전에 청와대 최고위급 참모가 관련 정책에 반해 인상률 상한에 3배에 가깝게 전세보증금을 올렸다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참여연대는 “청와대 인사조차 지키지 않는 정책을 국민에게 믿고 따르라 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지금의 국민적 분노와 허탈감은 김 전 실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넘어 문재인정부의 반복된 핀셋·뒷북·땜질 정책으로 서민 주거난과 자산 불평등이 더 심각해진 것에서 비롯됐다”며 “문재인정부는 이제라도 토지와 주택의 공공성을 대폭 확대하고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세제 강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