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오세훈 첫 TV 토론서 격돌…‘내곡동’ ‘부동산’ 난타

입력 2021-03-30 00:31 수정 2021-03-30 09:56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9일 밤 첫 TV 토론을 벌였다. 박 후보는 사전에 토론 방식에 대해 알려 주지 않았다며 토론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난상 토론을 벌였다. 여야 양자구도가 만들어진 후 개최된 첫 TV 토론이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내곡동 처가땅 의혹’을 부각했고, 오 후보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거듭 비판했다.

후보들은 인사말부터 견제구를 날렸다. 박 후보는 “이번 선거는 코로나19를 종식하고 서울시민의 삶을 일상으로 돌려드리는, 서울에만 매진할 시장이 필요한 선거”라며 “그래서 이번 선거는 정치 시장을 뽑는 것이 아니라 ‘열일’할 시장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1년 임기의 보궐선거, 왜 생겼는지 아마 다들 아실 것”이라며 “문재인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남은 1년 ‘문재인정부 정신 차리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9일 밤에 열린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내곡동 처가땅 ‘셀프보상’ 의혹을 지적했다. 박 후보가 “내곡동 땅 36억5000만원 보상받으셨죠”라고 운을 떼자 오 후보는 “네, 그렇다. 제 아내의 지분은 8분의 1”이라고 답했다.

곧바로 박 후보는 “추가로 (보상)받은 것은 없으시죠”라고 물었고 오 후보는 “없다”고 답한 뒤 “정확히 말하면 모른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답변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단독주택용지를 추가로 특별분양공급을 받았다고 답변이 왔다”고 말하자 오 후보는 “몇 평이나 받았죠? 정확히는 제 기억엔 없다”고 했다.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측량 현장 입회 여부를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박 후보가 “측량 현장에 갔나”라고 묻자 오 후보는 “안 갔다”고 말했다. 재차 박 후보가 “분명히 안 가셨죠”라고 되묻자 오 후보는 “기억 앞에선 참 겸손해야 한다.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곧바로 박 후보가 “증인이 3명”이라고 말하자 오 후보는 “2명인 줄 알았더니 3명으로 늘었나.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3명이 말하면 호랑이가 생겨난다고 하더니”라고 반박했다.

오 후보는 ‘내곡 토지 관련 민주당의 3대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준비해둔 패널을 꺼내 들며 ‘보상받으려고 땅을 샀나’ ‘서울시장 시절 관여했나’ ‘당시 시가보다 더 받았나’ 등 3가지가 초점이라며 “민주당이 이것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9일 밤에 열린 TV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후보는 “내곡동 땅의 핵심은 거짓말을 했느냐 안 했느냐, 측량 장소에 갔느냐 안 갔느냐”라며 “거짓말이 탄로 나기 시작하니 이제 말을 바꾼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문제를 두고도 격론이 벌어졌다. 오 후보는 “집값이 오르고 전셋값이 오르고 월세가 오르면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다. 그래서 경제 악순환의 계기가 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정부가 참 몹쓸 짓을 시민, 국민 여러분께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세를 낮춘 뒤 “많은 분이 부동산 때문에 가슴속에 응어리진 것을 제가 다 풀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부동산 폭등이 박원순 전 시장의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적대적 입장 때문인 것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는 “오세훈·이명박 시장 시절 뉴타운 광풍으로 인해 서민들이 자기 집을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기 때문에”라며 “반작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오 후보가 “(박 후보가) 민간주도 재개발·재건축을 용인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지적하자 박 후보는 “바꾸지 않았다”고 답했다.

오 후보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안전진단 억제를 풀 것인가”라고 캐묻자 박 후보는 “일정 부분 풀어야겠죠”라고 말했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서도 오 후보가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박 후보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오 후보는 “민주당이 오늘 부동산 정책을 잘못했다고 했는데 거꾸로 가신다”며 “바뀐 정책이 안 나오면 반성한 것이 아니라고 보겠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