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2020-2021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왕좌를 2년 만에 되찾았다.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산틸리(56) 감독은 외국인 사령탑 사상 처음으로 부임 시즌에 정규리그를 정복하는 대업을 달성했다. 이제 챔피언 결정전으로 직행한 대한항공은 사상 첫 포스트시즌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대한항공은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우리카드와 가진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원정경기를 세트스코어 3대 1(19-25 25-22 25-17 25-22)로 승리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승점을 73점으로 늘려 남은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2위 우리카드(승점 64)의 추격을 따돌렸다. 대한항공이 이 경기에 앞서 정규리그 1위 확정까지 필요한 승점은 71점이었다.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1위는 2018-2019시즌 이후 2년 만이자 통산 4번째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1위의 대가로 상금 1억2000만원과 함께 챔피언 결정전 직행권을 손에 넣었다. 챔피언 결정전은 4월 11일부터 5전 3선승제로 펼쳐진다. 1~2차전과 5차전은 대한항공 홈구장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다.
대한항공은 2017-2018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유일하게 우승했지만, 당시 정규리그를 3위로 완주했다. 올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하면 구단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포스트시즌을 모두 정복하게 된다.
신틸리 감독은 지난해 6월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고 첫 시즌에 정규리그를 정복했다. 외국인 감독의 부임 첫 시즌 정규리그 1위 완주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시즌 득점 1위(786점)에 오른 안드레스 비예나가 지난해 12월 팀을 떠나고, 대체 선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가 지난 1월 하순에야 합류해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부진한 대한항공에서 신틸리 감독의 다혈질적인 성격은 악재가 되는 듯 했다.
신틸리 감독은 시즌 초반 심판 판정을 격하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고성을 질러 경고를 수차례 받았다. 지난해 12월 31일 한국전력과 경기 3세트에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신탈리 감독의 리더십은 동업자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강한 승부욕을 표출한 것이라는 옹호를 모두 받아왔다. 하지만 신틸리 감독의 거친 항의는 한국에서 적응해간 시즌 막판부터 다소 잦아들었다.
3세트를 가져와 이미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이날 4세트에서 다소 느슨해진 대한항공 선수들을 재촉해 승리를 이끌어낸 것도 신틸리 감독의 승부욕이었다. 신틸리 감독은 테크니컬 작전시간에 “오늘 목표는 승리”라고 선수들을 자극했고, 추격과 역전을 거듭한 4세트를 가져온 승리로 우승을 자축했다. 선두권에서 경쟁한 우리카드와 정규리그 전적도 3승 3패로 균형을 맞췄다.
우리카드는 이 경기에 앞서 8연승을 질주하며 대한항공의 독주를 견제했지만, 정규리그 마지막 대결을 펼친 이날 안방에서 우승 잔치를 내주고 말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