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6일 대파 1㎏의 평균 소매가격은 6403원이다. 최근 가격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지난해보다 2~3배 비싼 수준이다. 1년 사이 가격이 급등한 대파를 비트코인에 빗대어 ‘대파코인’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금값 대파… “이젠 내가 키워 먹는다”
그야말로 ‘금파’다. 요리할 때 꼭 필요하니 안 살 수도 없고, 장바구니에 담자니 부담이다. “고기는 남겨도 파채는 다 먹기.” 이런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까지 들린다.
파김치, 계란찜, 육개장 등 식단에 빠질 수 없는 식재료인 대파. 비싸다고 안 먹을 수도 없고 조금이라도 싸게 먹을 수는 없을까. 요즘 시민들 사이에선 대파를 직접 키워 먹어 돈을 번다는 이른바 ‘파테크’(파+재테크)가 유행이라고 한다.
꽃도 채소도 키우기만 하면 흙으로 돌려보내는 ‘파괴왕’ 기자도 직접 파테크에 뛰어들었다. 쑥쑥 자라던 모습부터 곰팡이까지 생생한 경험담을 담았다.
파테크, 단기 투자에 나서다
지난 18일 퇴근 후 아내와 함께 집 근처 이마트에서 장을 봤다. 아내가 대파 매대 앞에서 “요즘 사람들은 집에서 파테크를 한다고 하네”라며 대파를 들었다가 도로 놓는다. 이날 대파 1봉의 가격은 6980원이었다. 가격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비싸다는 말만 들었지 이 정도일 줄이야.
휴대전화로 파테크를 검색했다. 파테크 인증, 대파 키우기에 대한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물만 줘도 잘 자라요”라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화분이나 물에 몇 뿌리만 키워 재빨리 먹는 건 단기 투자, 텃밭에 씨앗이나 모종을 심어 키워서 많은 양을 먹는 건 장기 투자라고 한다. 모종을 키우는 경우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파 뿌리를 이용한 재배방법을 선택했다.
흙에서도, 물에서도 쑥쑥!
준비물: 대파 한 봉, 배양토, 페트병, 스티로폼 상자
키우는 방법:
① 대파 뿌리를 자른다.
② 자른 부분을 배양토에 심거나 물에 담근다.
③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이 드는 곳에 놓는다.
④ 흙에 심은 파는 이틀에 1회 물을 주고, 물에 심은 파는 매일 물을 갈아 준다.
⑤ 약 3주 후 길쭉한 새순이 올라온다.
⑥ 새순이 올라오면 자라난 부분을 잘라 먹고, 다시 길러 먹는다.
키우는 방법:
① 대파 뿌리를 자른다.
② 자른 부분을 배양토에 심거나 물에 담근다.
③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이 드는 곳에 놓는다.
④ 흙에 심은 파는 이틀에 1회 물을 주고, 물에 심은 파는 매일 물을 갈아 준다.
⑤ 약 3주 후 길쭉한 새순이 올라온다.
⑥ 새순이 올라오면 자라난 부분을 잘라 먹고, 다시 길러 먹는다.
흙에 심거나, 수경 재배하는 방법이 있는데 모두 시중에서 구매한 대파로 누구나 손쉽게 시작할 수 있다.
우선 재료로 대파 뿌리가 필요하다. 마트에서 대파 한 봉을 샀다. 파를 심기 위해 파를 사다니 헛웃음이 나왔다. 무럭무럭 키워서 본전을 뽑아야겠다.
대파 줄기는 곧게 뻗어 있고 굵고 튼튼한 게 좋다. 뿌리는 무르지 않고 탄력이 있어야 한다. 진열된 대파를 다 들춰보고선 겨우 마음에 든 대파를 찾았다. 대파 모종은 온라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이어 다이소에서 3000원에 배양토를 샀다. 산이나 들에서 흙을 퍼올 경우 벌레가 옮겨붙어 올 수 있다. 하지만 배양토를 쓰면 벌레를 예방할 수 있다. 또 전자레인지에 흙을 넣고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3∼4분이면 손쉽게 살균할 수 있다.
화분은 분리수거장에 있는 스티로폼 상자, 페트병을 재사용했다. 물론 사서 쓸 수도 있다.
대파 뿌리 쪽을 5~7㎝ 정도 잘라준다. 남은 윗부분은 요리에 이용하거나 잘게 나눠 얼려놓으면 된다.
스티로폼 상자에 배양토를 채우고 대파 세 뿌리를 일정한 간격으로 심었다. 나머지 세 뿌리는 페트병에 담고, 뿌리의 2/3 정도가 담길 정도로 물을 채웠다(사진 ①).
키우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대파를 심은 화분을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이 드는 곳에 놓은 뒤 주기적으로 물을 주면 된다.
흙에서 키우는 대파는 이틀에 1회 흙이 젖을 정도로 물을 주면 된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흙에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다. 물에서 키우는 대파는 매일 물을 갈아 줘야 한다. 물을 갈아주지 않으면 대파가 썩으면서 냄새가 날 수 있다.
언제, 얼마나 줘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연필이나 나무젓가락으로 화분 끝까지 꾹 누른 후 흙이 묻어나는지 살펴보고 수분기를 확인하면 된다.
“금파야 잘 좀 커다오”
18일 밤 11시에 대파를 심은 뒤 자고 일어나 출근 전에 봤더니 벌써 이렇게 자랐다. 흰 대파 단면 중앙에서 연초록 봉이 불쑥 솟았다. 새순이었다. 참 반갑고 신기했다. 고작 대파 여섯 뿌리를 키우면서도 농부의 마음을 한껏 느낀다.
파테크 4일 차(사진 ②). 매일 대파 사진을 찍는 재미에 푹 빠졌다. 성장 속도가 엄청나다. 하루하루 쑥쑥 자라는 게 눈에 보인다. 하루에 1㎝ 정도 자라는 것 같다. 키우는 맛이 이런 거구나 싶다. 집에서 대파 키우기가 이렇게 쉬웠다니!
도시 동부가 된 지 7일 차(사진 ③). 평소 출근할 때는 대파를 베란다에 뒀다가, 재택을 하는 날엔 거실에 옮기고 창문을 살짝 열어 자연 바람을 쐬게 하고 있다. 일주일이 지나자 흙에 심은 대파에 꽃망울이 올라왔다. 꽃망울이 생기면 꽃을 피우기 위해 영양분을 모두 쓰기 때문에 성장이 더디다고 한다. 파꽃을 보고 싶었지만, 꽃망울을 싹 잘라냈다.
29일 집에서 파를 키우기 12일째를 맞았다(사진 ④). 주말에 일이 있어 살펴보지 않았더니 흙에 심은 대파 주변에 곰팡이가 피어올랐다. 그동안 잘 자라고 있었는데 불안감이 엄습했다. 서둘러 곰팡이가 핀 대파 껍질을 벗겨줬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흙 표면에도 곰팡이가 생긴다고 한다.
약 2주간 같은 환경에서 흙과 물에서 각각 대파를 키운 결과, 성장 속도는 비슷한 것 같다. 다만 최근 미세먼지로 날씨가 좋지 않아 채광이 부족했고, 환기를 자주 시켜주지 못해 예상보다 덜 자랐다.
그래도 이 정도면 집에서 대파 키우기 대성공이다. 길쭉하게 자란 파란 부분은 조금씩 잘라먹어도 되겠다. 대파는 한 번 심으면 2~3번 정도 잘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새순이 올라오면 자라난 부분을 잘라먹고, 다시 길러 먹고 말 그대로 대파의 ‘무한리필’이 가능해진다.
넓은 텃밭은 아니지만 베란다 텃밭에서도 대파는 잘 자랐다. 집에서 직접 파를 키우면서 파값도 아끼고,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도 느껴 일거양득의 값진 경험을 얻었다. 대파가 금값인 요즘 ‘파테크’를 해보는 건 어떨까.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대파 가격은 4월 중순쯤 봄 대파가 나와야 안정된다고 한다.
[해볼lab]은 ‘해볼까?’라는 말에 ‘실험실’이라는 뜻의 ‘lab’을 조합해 만든 단어입니다. 국민일보 기자들이 직접 체험해보고, 그 감상을 솔직히 담았습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