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끝도 없는 네거티브와 막말 파문이 이어지고, 당청 간 엇박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16년 20대 총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만 기대 전국단위 선거 4연승을 거둔 뒤 자생력을 잃어버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년만에 나타난 ‘약세장’에서 민심을 기민하게 읽어 반전시키는 법도, 다음 선거를 위해 ‘잘지는 법’도 잊은 채 지지층에만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5년 전 20대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19대 대선, 2018년 7회 지방선거, 2020년 21대 총선까지 내리 이겼다. 국회의원 12명을 선출해 미니총선으로 불렸던 2018년 재보선에서도 11석을 석권하는 등 5년간 연전연승이었다. 2016년 분당 사태 이후 당원과 지지층 사이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거뒀던 문 대통령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문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민주당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29일 “민주당은 지난 5년간 친문 지지층을 조직화하고, 권리당원 중심으로 당 운영체제를 정비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았다”며 “그 결과 양당체제에서 필수적인 중도·합리층 거두기에 실패했다. 정치적 자산이 ‘친문 세력화’ 밖에 없기 때문에 민심이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집권 마지막 해 국정 주도권이 여당으로 오는 게 통상적이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청와대 눈치만 바라보고 있다. 당 지도부는 물론 중진 정치인, 재보선 후보마저 명백한 정부 실정에 대해서조차 한 마디 비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정부의 정책 실패에는 당이 비판도 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지금은 누가 고양이 목에 먼저 방울을 다느냐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판세가 악화되면서 돌출행동마저 이어지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쓰레기”라고 비판했다가 지도부의 자제 요청을 받았다. 한 지도부 인사는 “거리 유세를 나가려면 미리 원고도 준비하고 정치하게 메시지를 다듬어야 하는데 즉흥적으로 연설하다보니 실수한 것”이라며 “‘제발 조심해주시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임대차3법 시행 이틀 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부 소유 아파트 보증금을 14.1% 올려 전세 계약을 갱신한 사실이 드러나 이날 경질되는 등 당청 간 엇박자도 가속화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대출이 안 나올 사람도 아닌데 자기 전세보증금 돌려막겠다고 그랬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 관계자는 “재보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보이는 모습들은 여지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동반몰락한 친박(친박근혜) 세력과 판박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이번에 지더라도 잘지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