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수사에 檢인력 500명 투입… “보여주기냐” 회의론도

입력 2021-03-29 18:03
연합뉴스

정부의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검찰은 앞으로 43개 검찰청에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고 500명 이상의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 부동산 불법 투기 근절에 동참하게 된다. 전국 검찰청을 동원한 부동산 투기 근절 모색은 광역화한 비리에 대응하는 적합한 방안으로 꼽혀 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특검 임명 논의가 벌어질 때 검찰에서는 “특검이 수사할 것이 아니라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이 합동으로 상시 대응할 성격의 사건”이라는 진단이 나온 바 있다.

다만 이미 검찰청법 등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대폭 축소돼 있는 점은 초대형 전담수사팀이 꾸려지더라도 한계로 작용할 전망이다. 5억원 이상의 배임 혐의 등이 포착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 수사 개시를 할 수 없으며, 따라서 기존의 ‘유기적 협력체계’에 비해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간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을 추진하며 검찰의 개입에 미온적이더니 재·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 갑자기 검찰의 역할이 강조되는 꼴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2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은 반부패정책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전국 18개 지방검찰청, 10개 차치지청(차장검사가 있는 지청), 15개 부치지청(차장검사가 없는 소규모 지청) 등 43곳에 곧 부동산 불법 투기 수사와 관련한 지침을 하달할 방침이다. 이미 발표된 것과 마찬가지로 투기 비리 공직자의 구속 수사, 범죄수익 몰수 등의 방안이 지침에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각 지검·지청에서는 부동산범죄를 전담하는 형사부 인력을 중심으로 일단 수사팀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 구성원들은 ‘500여명’이 거론된 이날 발표에 생경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담수사팀이 편성된다고 해서 직접수사가 곧 가능한 것은 아니다” “법적 제한이 있는 때에 과연 무슨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왔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5억원 이상의 배임·사기, 업무상 기밀누설 정도 이외에는 검찰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축소한 검·경 수사권 조정은 이미 완료돼 시행 중이다. LH 사태에서 검사의 수사 개시가 가능한 범죄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 범위 내로 제한되던 실정이었다.

실제 검찰이 놓인 현장이 이렇다 보니 이날 발표된 정부의 방침이 ‘보여주기식’이라는 성토도 없지 않았다. 한 검찰 간부는 “국가수사본부에 검사를 대거 투입하는 방식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일선 청을 동원한다는 것은 수사 인력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게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급히 검찰의 역할을 끼워넣느라 그간 이뤄진 수사권 조정 등 개혁 방안에 모순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만에 하나 뇌물이 발견될 수 있으니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옛날로 돌아가는 일이거나 ‘별건수사’가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전국 500여명 규모로 전담수사팀이 편성되더라도 검찰의 역할은 실제 수사보다는 법리 검토와 영장 청구 조력, 범죄수익 환수 등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2주 앞둔 시점에서 LH 사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고려, 미봉책으로서 검찰이 거론됐다는 날선 반응마저 있었다. 한 차장급 검사는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인력만 늘린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