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넘어온 초강력 황사가 6년 만에 한반도 상공 전체를 뒤덮었다. 정부는 황사로 인한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전국 17개 시·도에 미세먼지(PM10) 경보와 황사 위기경보를 긴급 발령했다. 대기 질은 31일 이후부터 차츰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서울·경기·부산·광주·제주 등 전국 17개 시·도에 미세먼지 경보와 황사 위기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고 29일 밝혔다. 전국에 황사 경보가 발령된 건 2015년 2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고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나타날 때 주의 단계를 발령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경보는 평균 농도가 300㎍/㎥인 상황이 2시간 이상 지속할 때 발령한다. 하늘이 뿌옇게 보이고 차량·시설물에 먼지가 쌓이는 것을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전남에서는 한때 미세먼지 농도가 1356㎍/㎥까지 치솟았고 대구(1348㎍/㎥), 경남(1260㎍/㎥), 전북(1247㎍/㎥), 광주(1194㎍/㎥), 충남(1069㎍/㎥)에서도 1000㎍/㎥ 넘는 농도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서울은 639㎍/㎥였다. 6년 전 황사 경보가 발령된 날 서울의 일 평균 미세먼지 농도(569㎍/㎥)보다 높았다.
환경부는 황사 위기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하면서 중앙황사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관계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대응 매뉴얼을 배포했다. 교육부는 학교 실외수업과 야외활동을 전면 금지했고, 보건복지부는 민감계층에 대한 피해방지를 조치했다. 고용노동부는 실외 장기근무자의 마스크·보호안경 착용 의무를 강화했고, 국토교통부는 항공기 운항 상황파악과 항행 안전시설 점검을 확대했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대기 질 오염 문제를 심각하게 봤다. 이날 스위스 대기 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가 발표한 세계 도시의 공기질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부산은 시간대별로 번갈아 가며 ‘오염도 높은 도시 1위’에 올랐다. 광주·대구·대전·부산에서는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잇달아 취소되기도 했다. 반면 전날까지 누런 황사로 뒤덮였던 중국 베이징은 하루 만에 공기질지수(AQI) 양호 등급을 받으며 맑은 하늘을 되찾았다.
기상청과 한국환경과학원은 이번 황사의 주요 발원지로 중국 내몽골고원과 몽골 고비사막을 지목했다. 로이터통신은 또 “중국의 석탄발전량은 전 세계 비중의 53%를 차지한다”며 “5년 전과 비교해 9% 포인트나 늘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 환구시보 등 현지 언론은 “몽골이 황사의 거대한 발원지”라며 주변 국가에 책임을 떠넘겼다.
환경과학원의 한 연구관은 “30일에도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전국에서 나쁜 수준을 보일 것”이라며 “31일 이후부터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황사는 추가 발원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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