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은 채 좌초됐던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조만간 정상 상태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400m에 달하는 거대한 선체로 수에즈 운하를 틀어막았던 에버기븐호가 선미 부분부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다. 일주일 가까이 이어진 사상 초유의 수에즈 운하 폐쇄 사태가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CNN 등에 따르면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SCA) 청장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에버기븐호 인양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며 “4m에 불과했던 제방과 선미 간 거리가 102m로 벌어졌다. 이에 따라 선박의 운항 자세도 80% 가량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라비 청장은 에버기븐호가 좌초에서 완전히 회복되는 즉시 운하 중앙에 위치한 그레이트 비터 호수로 이동시켜 운하 폐쇄 상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CNN은 에버기븐호 선미가 움직이면서 꽉 막혔던 운하가 일부 열리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입수해 공개했다. 에버기븐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인근에 있던 예인선들은 일제히 축하의 의미를 담아 경적을 울렸다. 작업자들은 “배를 다시 띄울 수 있게 돼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하며 환호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을 내지 못했던 인양 작업은 이날 오전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해상운송업체 인치케이프는 에버기븐호가 오전 4시30분쯤에 성공적으로 재부양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공지했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추적 사이트인 베슬파인더는 에버기븐호의 상태를 ‘정상 항해(under way)’라고 표기했다. 베슬파인더에 나타난 에버기븐호의 속도가 시속 0노트로 표기돼 있어 엔진을 켜둔 채 정박 중인 것으로 추정됐다.
로이터통신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에버기븐호의 부양 작업이 거의 완료됐으며 엔진을 재시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에버기븐호는 운하의 양쪽 제방과 거의 평행을 이뤘으며 운항 재개 전에 기초적인 점검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기븐호 소유주인 일본 쇼에이기센은 선박의 엔진이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인양 즉시 항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물류 지연 장기화를 우려했던 해운·물류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통항이 정상화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운하 가까이에 있는 선박은 기존 계획대로 희망봉으로 우회하기로 했다.
앞서 컨테이너선 4척의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우회를 결정했던 HMM은 “수에즈 운하 부근에 몰려있는 타국 선박이 450여척이 넘는다.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이 하루 40~50척인 점을 고려하면 통항 정상화까진 열흘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HMM은 향후 운하 복구 속도에 따라 다음 주 선박의 항로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주말 자동차 운반선의 희망봉 우회를 결정했던 현대글로비스도 당분간 우회 항로를 유지하면서 통항 정상화를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희망봉을 돌면 약 9000㎞를 더 항해해야 해 소요기간이 7~10일 더 걸린다.
조성은 안규영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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