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9급 공직자까지 재산 의무 등록 범위를 확대하는 ‘전 직급 공무원 재산등록 의무화’ 카드를 꺼내 들면서 공무원 사회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 사전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돌리면서 100만 공직자의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9급 공무원 A씨(28·여)는 29일 “200만원도 안되는 월급으로 집 하나 마련하기도 빠듯한 처지에 정부의 보여주기식 정책의 희생양이 된 것 같아 환멸이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동료 공무원들 모두 LH가 뒤에서 부당이익을 챙긴 지도 모른 채 종종 업무 협력을 해왔다며 (사전 투기 논란 이후) 배신감을 느꼈는데, 불똥이 우리한테까지 튀니 어이가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과도하게 사유재산권과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A씨는 “재산 등록을 하면 다른 공무원 누군가가 수시로 나의 정보를 볼 수 있다는 것 아니냐”며 “특별한 이유 없이 내 집안 형편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활용하지 않은 개인적인 투자에도 ‘투기 프레임’을 씌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0대 7급 공무원 B씨는 “20년간 번 돈을 모아 공부하면서 투자해왔는데, 땅을 가진 것만으로도 질타의 대상이 되고 투기꾼으로 낙인 찍히면 어떡하느냐”며 불안해했다.
공무원 재산등록 업무도 결국 공무원 몫이어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전 공직자 재산을 전수조사할 인력으로 차라리 고위직에 대해 더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에서 근무하는 20대 공무원 C씨는 “정부의 보여주기식 정책을 위해 결국 또 하위직 공무원이 모두 동원되는 형국”이라고 했다.
현재 고위 공무원은 소속과 관계없이 재산등록 대상이고 경찰·소방·국세·관세 등 특정 분야는 7급 이상이어도 의무자에 포함된다. 8급 공무원 D씨(28·여)는 “이미 관계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시 제도가 있으니 이들에 대한 조사를 더 철저히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과도한 규제”라며 “부패를 막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선거를 의식해 감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했다. 심 교수는 이어 “공무원 100만명에 공기업 근무자, 가족까지 재산 등록 대상이 되면 누가 부동산 거래를 하겠느냐”며 “거래 위축으로 인한 장기적인 경제 타격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