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역풍에 청와대 참모들 추풍낙엽…김상조 전격경질

입력 2021-03-29 16:34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지난해 보증금 인상 폭을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 시행 직전,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14%나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조원 전 민정수석 등에 이어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김상조 전 실장까지 부동산 문제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비서실 정책실장에 이호승 현 경제수석비서관을 임명했다”며 김 전 실장 경질 사실을 알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동산 부패 청산 대책을 위한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 주재하기 직전 김 전 실장을 전격 교체했다. 회의에는 김 전 실장이 불참하고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이 참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대책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 핵심 참모의 부적절한 처신이 알려지자 즉각 교체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젯 밤(28일)에 김 실장이 유 비서실장에게 사임의 뜻을 전했고, 오늘 아침(29일)에 대통령께 직접 사임 의사를 밝혔다”며 “우선 본인이 지금 이런 지적을 받는 상태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시작해서 일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는 강력한 사임 의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퇴임 인사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이 엄중한 시점에 국민들께 크나큰 실망을 드리게 된 점 죄송하기 그지없다”며 전셋값 인상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청와대 정책실을 재정비해 2·4 대책 등 부동산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빨리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 비서로서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말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으나 문 대통령이 반려했다. 하지만 전세 보증금 ‘꼼수 인상’ 논란 하루만에 즉각 교체했다. 문 대통령이 그만큼 여론 악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실장은 최근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부부 공동명의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아파트(120.22㎡)를 지난해 7월 29일 현 세입자와 계약 갱신하며 전세보증금을 8억5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14.1%) 올린 9억7000만원을 받았다고 신고했다. 여당이 주도한 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틀 전이었다. 위법은 아니지만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실장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전·월세상한제를 우회적으로 회피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이호승 새 정책실장은 문재인정부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경제수석을 거쳐 정책 사령탑을 맡게 됐다. 이 실장은 코로나 극복과 선도국가 도약, 불평등 완화 등 세 가지 정책과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