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보다 소비” 대학생 10명 중 8명 미래준비 낙제점

입력 2021-03-29 16:27
우리 국민의 금융이해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의 경우 ‘저축보다 소비’ 성향이 강한 탓에 10명 중 8명이 OECD가 정한 금융행위 최소점수에 미달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29일 발표한 ‘2020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금융이해력 총점은 66.8점으로 OECD 10개국 평균(2019년 조사)인 62.0점보다 4.8점 높게 나왔다.


금융이해력은 ‘금융지식’(합리적 금융생활을 위해 갖춰야 할 지식), ‘금융행위’(건전한 금융·경제생활을 위한 행동양식), ‘금융태도’(현재보다 미래를 대비하는 의식) 3개 분야에 걸쳐 측정되며, 점수는 국제기준(OECD/INFE)에 따라 산출된다. 지난해 국내 조사는 8~10월 전국 만 18∼79세 개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금융이해력 점수는 2018년 조사 결과(62.2)와 비교해 4.6점 높아진 것이다. 2018년 당시에는 OECD 평균(64.9점)에 못 미쳤었다.

한은 관계자는 “주식시장 붐 등으로 금융·경제 관련 기사와 관련 관심이 늘어나고, 학생들까지 손쉽게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점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식 점수(73.2점)는 2018년(65.7점)보다 7.5점이나 뛰었다. 금융행위 점수도 2년 새 59.9점에서 65.5점으로 5.6점 높아졌다.

그러나 금융태도 점수(60.1점)는 오히려 2018년(61.3점)보다 1.2점 떨어졌다. 이 부문에서 OECD가 권고하는 최소 목표점수(60.1점) 달성 비중은 응답자의 39.9%에 불과했다. 2018년(43.0%)보다도 하락했다.

부가 질문에서도 “장기 재무목표를 갖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42.4%로 절반을 밑돌았고, “은퇴준비에 자신이 있다”는 비율은 전체의 14.2%에 불과했다.

‘소득 상실시 생계비를 감당할 수 있는 기간’은 ‘1개월 미만’이 10.6%, ‘1∼3개월’은 26.1%, ‘3∼6개월’은 21.3%, 6개월 이상 37.9%로 나왔다. 국민 10명 중 6명 정도는 소득이 당장 끊길 경우 6개월 이상 버티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청년층(18∼29세)의 경제·금융 차원의 미래 준비가 부족했다. ‘저축보다 소비를 선호’, ‘미래보다는 현재 선호’, ‘돈을 쓰기 위해 존재’ 등의 소비 중시 경향의 금융태도가 두드러졌는데, 실제 ‘저축보다 소비를 선호한다’는 청년층의 응답률은 34.2%로, 반대 응답률(26.0%)보다 훨씬 높았다. 소비를 중시하는 대학생(취업준비생 포함) 10명 중 8명이 OECD의 금융행위 최소목표점수(60.1점)를 밑돌았다.

한은 관계자는 “청년층의 소비 중시 경향은 금융 행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청년층의 건전한 금융태도 조성을 위한 조기 경제·금융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