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 8할대 선두 ‘한화가 달라졌어요’ 반란의 봄

입력 2021-03-29 17:50
한화 이글스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를 4대 3으로 제압한 프로야구 시범경기 3회말 수비 때 선수들에게 위치 변경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달라졌다. 지난해 KBO리그를 최하위(10위)에서 완주한 뒤 대대적인 팀 리빌딩을 단행하고 그 성과를 점검하는 올봄 시범경기에서 8할대 승률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내야 수비를 상황에 맞게 변형하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시프트가 한화의 ‘봄 반란’을 이끌고 있다.

한화는 29일 현재 시범경기 중간 전적 5승 1패(승률 0.833)를 기록해 1위를 이어갔다. 이날 전국을 뒤덮은 대륙발 황사의 영향으로 오후 1시 대전 홈구장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로 편성된 키움 히어로즈와 시범경기가 취소되면서 8할대 승률을 유지했다. 30일 오후 1시 같은 장소로 편성된 키움과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승률을 0.857로 끌어올리고 시범경기 1위를 확정하게 된다. 패배해도 승률은 7할(0.714)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환골탈태에 가까운 변화다. 한화는 지난해 10월 폐막한 KBO리그를 최종 전적 46승 95패 3무(승률 0.326)로 완주했다. 프로야구에서 유례없는 100패 탈출이 과제로 놓일 만큼 한화는 지난 시즌 심각한 부진에 허덕였다. 김태균(은퇴)·이용규(키움)·안영명(KT) 등 베테랑과 대거 작별하고,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베네수엘라 국적의 수베로 감독을 영입해 선수단을 재정비했다. 그 성과가 5개월 만의 실전으로 펼쳐진 올봄 시범경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시범경기는 팀당 최대 10경기를 소화하는 짧은 일정으로 편성돼 승률과 순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다만 한화가 두산 베어스, KT 위즈, LG 트윈스처럼 지난해 포스트시즌으로 진출한 5강권 팀들을 상대하면서 단 1패(25일 KT전 5대 12)만을 당한 점은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한화는 지난해 리그 7위 롯데 자이언츠를 지난 28일 홈으로 불러 첫 무실점 승리(2대 0)를 챙기고 시범경기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변화의 중심은 내야다. 수베로 감독은 상대팀 타자의 성향, 혹은 볼카운트의 유불리를 헤아려 유격수와 2·3루수의 위치를 수시로 바꾸는 시프트를 펼친다. 좌타자를 상대하면서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비워두는 전술도 과감하게 시도한다. 유격수 하주석은 때때로 우익수 앞까지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장타가 적게 나오는 하위 타선을 상대할 때도 수베로 감독의 시프트는 계속된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 초반 한화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 숙소에서 별도의 시간을 할애할 만큼 한국어에 미숙하다. 이 점이 오히려 수베로 감독의 편견 없는 시프트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상대팀 타자의 타구 낙하지점을 예측할 때 주관적 기억이 배제되고 오직 기록으로만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화 관계자는 “수베로 감독이 스프링캠프부터 수비 시프트를 지휘해왔다. 지금의 데이터 기반 위에 경험이 쌓이면 더 강력한 시프트가 발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