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차별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차별에 맞선 한 아시아계 퇴역군인의 격정 연설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29일 BBC 뉴스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 웨스트 체스터의 선출직 공무원인 리 웡(69)은 지난주 타운홀 미팅에서 인종차별을 주제로 연설하던 중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애국심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겠다”며 “여기에 내 증거가 있다”라고 말하고 셔츠를 벗었다.
웡이 셔츠를 위로 들어 올리자 가슴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흉터 여러 개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중상의 흔적이 미군에서 복무하던 중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웡은 흉터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듯 청중을 좌우로 돌려보며 “이 정도면 충분히 애국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고 불안해하기 전까지는 돌아다니는 게 부끄럽지 않았다”며 “사람들은 내가 이 나라에 얼마나 충성적인지 의문을 제기했고 내가 충분히 미국인 같지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 헌법에 모든 사람이 똑같고 평등하다고 적시된 바와 같이 누가 우등하고 열등한지 얘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연설은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누리꾼들은 ‘아시아 증오를 그만해라’라는 해시태그(#StopAsianHate)를 달아 웡의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웡처럼 경험 많고 충직한 사람이 주장을 위해 영혼까지 까발려야 한다고 느낀다는 게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일부 영상은 포털사이트에서 노출되지 않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Lee Wong, an elected official in West Chester, Ohio & veteran with 20-years of service, took his shirt off during a town hall meeting on Wednesday and revealed scars he received during his service. “Is this patriot enough?” he asked
— James LaPorta (@JimLaPorta)
한편 웡은 196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와 미국 육군에서 20년 복무를 마치고 2005년부터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70년대 시카고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얻어맞아 입원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서 내가 충분히 미국인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때면 심장이 흉기로 찔린 것처럼 아프다”며 반세기 넘게 미국인으로 살면서도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아시아계 주민을 겨냥한 차별이 심해지고 있다. 여러 방식으로 인종차별적 분위기가 조성될 뿐 아니라 실질적인 폭력을 가하는 증오범죄까지 급증하고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