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사회와 괴리된 군부…유혈사태 더 일어날 것”

입력 2021-03-29 15:03
27일(현지시간) 미얀마 남부 다웨이에서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행진을 벌이며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AFP연합

최소 400명 이상의 민간인 사망을 불러일으킨 미얀마 군부의 유혈 진압 사태를 놓고 “군은 대부분 세뇌됐다”는 군 내부 인사들의 증언이 나왔다. 이들은 또 다른 유혈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미얀마 군의 전·현직 장교 4명과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한 미얀마군 내부 실상을 보도했다. 인터뷰는 군부가 어떻게 자신들을 나라의 수호자, 종교로 가르쳐 60년 동안 미얀마를 철저하게 지배해왔는지 보여줬다.

인터뷰에 참여한 장교들은 군인들이 다른 사회와는 구분돼 살고, 일하고, 사회화하는 국가 내 특권 국가 속에서 생활한다고 입을 모았다.


군부는 쿠데타 이전에도 정치적으로 민간 정부와 권력을 공유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 은행, 병원, 학교 등 사회·경제적으로도 미얀마를 장악하고 있다.

대부분의 장교와 가족들은 군사시설에 살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며 쿠데타 이후에는 허가 없이 기지를 15분 이상 벗어나지도 못하게 할 만큼 감시도 심해졌다.

군인 대다수는 군기지에 살며 군인 자녀는 다른 군인 자녀나 군부와 연관된 인물과 결혼해 가정을 이룬다.

군을 떠난 한 장교는 “이 상황은 현대판 노예제도”라며 “우리는 선임들의 명령을 따라야한다. 정당한 일인지 여부는 따질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27일 수도 네피도에서 미얀마군의 날을 기념하는 군사 퍼레이드를 사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미얀마군 사관학교를 졸업한 다른 한 장교는 “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대했다”며 “군인들이 우리 국민들을 죽이는 걸 보니 너무 슬프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인사들의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 군인들은 일반 사회와 괴리되고 국가 중심 이념들이 누적되면서 무장을 하지 않은 민간인을 사살하라는 명령도 큰 의심 없이 따르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NYT는 이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앞으로 며칠, 몇 달 안에 더 많은 유혈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