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분대장도 상관… 상관 모욕죄 다시 심리하라”

입력 2021-03-29 14:07 수정 2021-03-29 14:19

군대 내에서 분대원이 분대장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 경우 군형법상 ‘상관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같은 병(兵) 신분이라고 할지라도 분대장은 분대원에게 명령을 할 수 있는 지휘·감독 책임자로서 사실상 상관이라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상관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0월 강원도 홍천에 있는 부대 생활관에서 분대장인 B상병을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상병의 사격 성적이 본인보다 낮은 것을 두고 “너 때문에 훈련하는 것 아니냐, 분대장이면 모범을 보여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같은 해 9월 유격훈련 불참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C중위에게 삿대질을 하고 진술서와 펜을 집어던지는 등 상관을 모욕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은 C중위에 대한 상관모욕 혐의만 인정해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다만 분대장 B씨에 대한 모욕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분대장은 분대원들에 대해 특정 직무에 관한 명령·지시권을 가질 뿐, 직무내외를 불문하고 상시 타 분대원들에 대해 명령 복종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2심은 A씨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됐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상관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분대장 지위를 맡은 B씨가 A씨의 ‘상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대지휘 및 관리, 병영생활에 있어 분대장과 분대원은 명령복종 관계로서 분대장은 분대원에 대해 명령권을 가진 사람 즉 상관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C중위에 대한 상관모욕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