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축구 대표팀 멤버들 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축구 원로 박경호 선생이 29일 오전 5시30분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고인은 1930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1946년 월남한 뒤 서울 경신중에서 본격적으로 축구에 입문했다. 육군특무부대 소속이던 1956년부터 태극마크를 단 고인은 1958년까지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1956년 홍콩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안컵에선 초대 우승을 이끌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한국전쟁 종전 직후라 마땅한 비행편을 잡지 못해 경기 장소인 홍콩에 첫 경기 당일 새벽 도착했음에도 개최국 홍콩과 비기고 이스라엘, 베트남에 연승을 거둬 우승을 차지했다.
1969년부터 모교 경희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고인은 한양공고, 건국대, 육군사관학교, 서울대 등에서 지휘봉을 잡고 지도자 역할을 수행했다. 1972년부터는 KBS 축구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아 전문적이고 친근한 해설로 인기를 얻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를 지내며 축구 관련 저술 활동에도 힘 쓴 그는 2014년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초청으로 아시안컵 조 추첨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1994년부터는 14년 간 일본 J리그 오이타 트리니타의 고문을 맡기도 했다.
고인의 동생인 박경화(82) 선생도 1960년 제 2회 아시안컵 우승에 기여한 축구 원로다. 두 형제는 나란히 1, 2회 아시안컵의 우승을 이끈 역사도 남겼다.
고인의 빈소는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다. 발인은 31일 오전 8시30분이고, 장지는 국립괴산호국원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