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개월 딸 보챈다고 던져 뇌사…다문화가정 엄마 구속

입력 2021-03-29 11:18 수정 2021-03-29 18:31
생후 7개월 된 딸을 때려 뇌사 상태에 이르게 한 다문화가정 20대 엄마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엄마의 주된 범행 동기는 육아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경찰청 아동청소년범죄수사대는 살인미수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생후 7개월 된 딸을 여러 차례 주먹으로 때리고 바닥에 내던져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폭행으로 딸은 좌뇌 전체와 우뇌 전두엽 등 광범위한 뇌 손상을 입어 현재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딸이 오줌을 싸고 계속 울고 보채서 때렸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A씨는 지난 12일 남편과 함께 “아이 몸이 이상하다”며 자녀를 병원에 데려갔다가 학대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 육아를 도와줄 부모님이 오지 못하면서 우울감이 더 커졌다”고 진술했다.

A씨는 임신한 상태로 2019년 11월 한국에 입국, 지난해 8월 출산한 뒤 대부분 혼자서 딸을 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아시아권 국가에 있는 부모 도움을 받아 딸을 돌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입출국이 제한되면서 이런 뜻을 이루지 못했다. 부부 사이는 원만했으나 야근이 잦은 회사에 다녔던 남편은 육아를 적극 돕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어도 서툴렀던 A씨는 7개월 넘게 이어진 육아 스트레스로 인해 딸에게 하지 않아야 할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송희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말이 통하지 않고 TV를 틀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 장벽 속에서 피의자는 아이를 출산하고 키웠다”며 “도와주기로 했던 부모가 입국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우울감이 커지면서 아이를 학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