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거주하는 주민이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무고한 시민 114명이 목숨을 잃었던 지난 27일 상황을 전했다. 특히 5세 유아 등 어린이가 많이 희생됐던 이날과 관련해 그는 “아버지 품에 안겨 ‘무섭다’고 말하는 아이를 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어가 유창한 현지 주민 A씨는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익명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사실 27일은 1945년 일본에 맞서 무장 항쟁을 시작했던 날”이라며 “이날을 기념해 미얀마 항쟁의 날, 저항의 날로 불렀는데 군사 정부 때 국군의 날, 국민의 날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이번에 미얀마 국민은 반군부독재의 뜻으로 전국 곳곳에서 시위했다”면서 “시위 참여자가 많은 만큼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이라와디 등 미얀마 현지 매체에 따르면 당시 군경의 총격으로 5~15세 어린이 최소 4명이 목숨을 잃었다. A씨는 “옆에 서 있거나 집 앞에서 놀다가 총을 맞은 어린이도 있고, 집 안에 있다가 유리창을 뚫고 총을 맞아 사망한 어린이도 있다”며 “만달레이에 사는 다섯 살 여자아이는 아버지에게 ‘무섭다’고 계속 말을 했는데, 군경이 그것에 더 화가 나서 총을 쐈다”고 말했다.
A씨는 트위터 등 SNS에 퍼진 한 남성의 영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영상 속 남성은 축 늘어진 어린아이를 안고 차에 올라타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 내 아들이 죽었어요’라고 오열했다. A씨는 “그 남성은 사실 제 고등학교 동창의 남편”이라며 “숨진 아이는 할머니와 집 2층에 있었다. 밖에 나가지도 않았고, 그 동네에 시위대가 있지도 않았다. 그냥 무차별로 발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상에 나온) 아이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 병원으로 가는 데 다 군인들이 지키고 있어서 제대로 치료를 받기도 전에 아이가 숨졌다고 한다”고 했다.
A씨는 “군인들은 지금 시위가 벌어지지 않는 동네여도 이곳 주민들이 결국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고 자신들에게 저항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저항 세력을 위축시키고 겁을 주기 위해 일반 집들에도 무차별 발포를 한 지 한 달쯤 됐다”고 말했다.
A씨는 군부의 무자비한 유혈 진압으로 시위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군부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간에 일단 국민 저항을 없애고 나면 몇 년 후라도 국제사회에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며 “모든 동네에 군인 수십명이 상주하고 있고, 무작위 검열과 수색뿐 아니라 기분 내키는 대로 잡아가기 때문에 시위가 매우 작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는 A씨의 신변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진행됐다. 그는 위험한 상황이지만 한국에 이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고 한다. A씨는 “국제사회에서 군사적으로 도움을 주면 가장 빠르고 희생이 없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우리가 무력항쟁을 할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미얀마 군부를 인정하지 않고, 교류하지 않고, 지금처럼 규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미얀마 정부에 자금이 들어가지 않게 도와 달라. 그 모든 돈이 우리를 죽일 무기에 투자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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