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매력적인 제안 담기면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 낙관론보다 부정적 전망 우세
“새로운 대북정책, 북한 만족시키지 않을 가능성 커”
“전략적으로 북한 인권문제 거론 않는 게 나을 수도”
북한 도발 강도 높이고, 미국은 추가 제재…‘악순환’ 우려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조만간 베일을 벗고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을 대북정책은 향후 북·미 관계에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매력적인 제안을 담을 경우 북·미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가질 경우 도발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로선 낙관론보다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재개와 미국의 제재 등 북·미가 강수를 주고받는 악순환이 빚어지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에 보다 과감한 내용을 담을 것을 주문했다.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28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가장 바라는 것은 대북 제재 완화”라면서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선뜻 제시할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우스 국장은 “나도 내 의견이 워싱턴 내에서는 소수의견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최소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다시 이끌기 위해선 전략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는 거론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마지막 조율을 위해 이번 주말 워싱턴에서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한국에선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잡히지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대면 회의 방식으로 열리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조율에 신경을 쏟고 있다는 증거다.
새로운 대북정책의 윤곽은 아직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당근과 채찍을 모두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또한 외교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북한에 대해 추가 제재와 ‘외교적 인센티브’를 동시에 거론했다.
현재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공개 이후 북·미 관계가 호전되기보다는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을 감행할 경우에도 핵 실험 재개보다는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은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북한을 만족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새로운 도발을 시도할 것이 확실시되고, 이에 대해 미국이 추가 제재에 나설 경우 북한은 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가우스 국장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새로운 내용이 실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대북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고립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북한 경제는 이미 쪼그라질 대로 쪼그라져 미국이 추가 제재를 하더라도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우스 국장은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목표는 중국 견제”라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의식할 수밖기 때문에 북한과 군사적 위기 국면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미국의 새 대북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 탓으로 돌릴 것”이라면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미·일 ‘3각 공조’를 중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이어 “북한이 미국에 강한 불만이 있더라도 핵 실험을 재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ICBM 테스트를 아직 마무리하지 않아 테스트 차원에서라도 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