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맞선 시위 희생자가 450명을 넘어선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서방국 지도자들이 연일 충격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군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여가며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에서 취재진을 만나 미얀마 사태를 “끔찍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절대적으로 너무나 충격적이다. 내가 받아온 보고를 토대로 볼 때 끔찍하게도 많은 사람이 완전히 불필요한 이유로 살해됐다”고 했다. ‘미얀마 국군의 날’이던 지난 27일 5세 어린이 등 최소 114명이 군경의 유혈진압에 목숨을 잃고, 주민 1명이 산 채로 불에 타 숨졌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비난 수위를 더욱 높인 것이다.
유럽연합(EU)도 이날 군부가 저지른 대규모 유혈사태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자신들의 날에 자신들의 국민을 겨냥해 군부가 저지른 폭력 고조를 용납할 수 없다”며 “미얀마군은 어제를 기념하기는커녕 공포와 수치의 날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한국,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12개국의 합참의장은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미얀마군이 군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한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이들 합참의장은 “전문적인 군대는 행위의 국제기준을 준수하고 자신이 섬기는 국민을 해치지 않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며 “우리는 미얀마군이 폭력을 멈추고 자신들의 행동 때문에 상실한 미얀마 국민의 존중과 신뢰를 회복하는 데 노력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받은 충격에도 미얀마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서방국들은 미얀마 군부를 겨냥한 제재를 쏟아내지만 유혈사태는 갈수록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미얀마군이 학살로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국제사회 행동 부재의 비용이 시신들의 수에서 측정된다”고 지적한 이유다.
게다가 미얀마 군부를 옹호하는 세력도 여전하다. 군부가 개최한 ‘국군의 날’ 행사에는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태국 등 8개국이 사절단을 보냈다. 특히 러시아는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참석했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러시아와 러시아군 대표단은 우리의 진정한 친구”라고 사의를 표했고, 포민 차관은 “미얀마는 동남아는 물론 전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의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자 전략적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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