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남편 명의의 ‘도쿄 아파트’가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도쿄 도심에 위치한 아파트 실제 처분 여부, ‘실거주용 소형 아파트’를 불가피하게 매입했다는 박 후보 측의 해명을 야당이 맞받아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은 도쿄 아파트 관련 위법요소가 개입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박 후보 측이 아직 처분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아파트를 “처분했다”고 밝히는 등 사실과 다른 해명을 내놨다고 주장한다. 야당은 매매계약서를 비롯해 실거주 기간을 제외한 임대 관련내역을 자세히 밝히라는 입장이지만 박 후보 측은 답변하지 않고 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2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위법성 여부 등 후보자 자질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므로 야당 요구에 따라 의미없는 수치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도쿄 아파트'는 왜 논란이 됐나
당초 이 아파트는 박 후보의 서울시장 후보 등록과정에서 쟁점으로 불거졌다. 박 후보 측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남편의 도쿄아파트 가격을 9억7300만원으로 신고하자 야당이 아파트가 위치한 도쿄 미나토구 아카사카 지역은 최고 부촌으로, 실제가격은 신고가격보다 훨씬 높다고 반박한 것이다.
이에 박 후보 측은 “배우자가 실거주용으로 매입한 20평대 소형아파트”라고 재반박했고, 야당은 일본 현지 기준에 따르면 소형이 아닌 고급아파트라며 “박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박 후보는 ‘초호화 아파트’ 표현을 쓴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모욕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쿄 도심 한복판인 미나토구 아카사카 지역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현지 기준으로 보면 일반 서민들이 사는 소형 아파트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도쿄 현지에서는 전용면적 70㎡를 넘는 아파트라면 작은 아파트로 볼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한다.
일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는 박 후보측 아파트 내 전용면적 69.5㎡ 크기의 주택 실거래가격이 1억3500억엔(약 14억원)으로 나와있다. 전용면적 71㎡인 박 후보측 주택과 비슷한 크기다. 일본 부동산 정보회사 도쿄칸테이가 지난해 1월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9년 거래된 일본 수도권 중고 아파트들의 평균 가격은 3395만엔(약 3억5000만원)으로 이 아파트의 25% 수준이다. 이런 통계들을 감안할 때 박 후보 측 주장대로 단순히 “20평대의 소형”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야당 주장대로 ‘초호화 아파트’라고 확언할 수 있는 근거도 부족하다. 현재 일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는 미나토구에 위치한 전용면적 82.2㎡ 아파트가 2억8800억엔(약 29억7000만원)에 매물로 올라와있다. 박 후보측 아파트와 같은 해인 2009년 완공된 전용면적 55.8㎡ 미나토구 소재 아파트는 1억2980억엔(약 13억4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본에서 장기간 근무한 한 직장인은 “박 후보측 아파트가 있는 곳은 인근에 방송국과 대기업이 다수 입주해있는, 한국으로 치면 광화문같은 지역이라 땅값이 높다”며 “박 후보 측 아파트는 그 지역치고 엄청나게 비싼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거주'라 했는데…임대소득 월 수백만원
박 후보 측이 ‘실거주용’으로 매입했다는 점을 강조해왔지만 도쿄 아파트에서 임대수익을 올렸다는 사실도 재부각됐다. 아파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박 후보의 남편은 2009년 6월 해당 아파트를 매입했지만 지난해 2월에야 이 아파트로 주소를 이전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 아파트 임대 기간은 2013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7년으로 돼 있다. 최대 7년간 임대수익을 얻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박 후보는 23일 “남편이 이명박정부 내내 해당 아파트에서 거주하다가 한국에 지사가 생기면서 한국에 들어왔다”며 “아파트 임대를 준 기간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과 도쿄에서 절반씩 생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배우자 거주용이라고 했는데 임대를 줬다면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현지 시세를 보면 박 후보가 이 아파트를 임대했을 경우 월 수백만원대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같은 아파트에서 비슷한 크기의 주택이 월 39만엔(약 403만원)에 임대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본 부동산 중개사이트를 확인해보니 현재 논란이 된 아파트 같은 동의 69.5㎡ 크기 주택이 월 40만엔(약 413만원)에 임대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야당은 임대 과정과 배우자의 실거주 여부 등을 투명하게 밝히라는 입장이다.
임대소득 관련 사안은 2019년 박 후보의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제기됐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박 후보 측은 현지 부동산 등기부등본이 공개되자 배우자가 계속 거주한 게 아니라 임대를 줬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임대 기간이나 투자 여부 등 구체적인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소명했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처분했다"더니…"처분 진행 중"으로
박 후보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도쿄아파트는 2월 처분했다”며 “(아파트가) 재산신고에 들어있는 것은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재산신고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다음 날 공개된 등기부등본상 논란의 아파트 소유자는 여전히 박 후보 남편으로 드러나 ‘거짓말’ 논란이 일었다.
박 후보 측은 뒤늦게 “아파트 판매 계약금은 받았지만 아직 잔금이 치러지지 않아 등기부등본상 명의가 바뀌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잔금 지급일이 이달 말이라고 밝혔다가 올해 6월 18일로 정정하는 등 잇따른 말 바꾸기가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 캠프의 김한규 대변인은 “지금 계약해지를 하면 매입자가 계약금을 모두 날리게 되는 만큼 당연히 잔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본다”며 “계약이 확정적이라고 봐서 매매했다는 표현을 썼다. 허위 거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처분이 진행 중인 아파트를 “처분했다”고 말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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