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머리 흙 18m 퍼내고 예인선 투입… 수에즈운하 상황

입력 2021-03-29 07:34 수정 2021-03-29 10:22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엿새째 가로막고 있는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Ever Given)호의 뱃머리가 제방에 박혀 있는 모습을 28일(현지시간)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AFP연합뉴스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엿새째 가로막고 있는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Ever Given)’호를 수로에서 꺼내기 위한 작업이 일요일인 28일(현지시간)에도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준설과 예인만으로 사고처리를 진행해 온 운하 관리 당국은 배에 실려 있는 컨테이너 등 화물을 내리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이날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 선박의 뱃머리가 박혀 있던 제방에서 총 2만7000㎥의 모래와 흙을 퍼내고, 18m 깊이까지 굴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예인선이 진입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선박의 선수 쪽 제방을 넓게 파내는 한편 배를 물에 띄우기 위해 굴착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선박의 기술관리 회사인 버나드 슐테 선박관리(BSM)는 추가로 투입된 2대의 대형 예인선이 이날 밤 선체 부양 작업에 합류한다고 전했다.

수에즈 운하 좌초 컨테이너선 선수 주변서 진행되는 굴착작업. AFP연합뉴스

BSM은 “예인선들이 안전하게 자리를 잡으면 오늘 저녁 컨테이너선을 물에 띄우기 위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날 준설과 예인으로 선체를 물에 띄우기 어려운 경우에 대비해 배에 실린 화물의 일부를 내려 배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SCA와 구난업체 ‘스미트 샐비지’는 크레인을 이용해 선체에 실린 컨테이너 중 일부를 하역하는 방안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화물 하역은 월요일 이전에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이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수에즈운하 닷새째 가로막고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AFP연합뉴스

사고 선박 처리가 지연돼 엿새째 물길이 막히면서 운하를 이용하기 위해 대기 중인 선박 수는 369척으로 늘었다. 일부 선사들은 대체 노선으로 배를 돌리기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덴마크 선사 머스크는 “이미 선박 15척의 항로를 바꿨다.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거치는 시간이 수에즈 운하에서 줄을 서 대기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희망봉을 경유할 경우 노선 거리가 약 6000마일(약 9650㎞)이 늘어남에도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2위 선사인 MSC도 “최소 11척의 항로를 희망봉 경유로 돌리고 최소 2건의 선박을 돌려보냈다”면서 “사고로 인해 항해 취소 사례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