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주민 산채 불태워 죽인 미얀마군…사망자 450명 육박

입력 2021-03-29 05:48 수정 2021-03-29 10:30
연합뉴스

‘미얀마군의 날’인 27일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대에 군경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숨지면서 누적 사망자가 4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무고한 시민 114명이 묵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5살 어린이가 있었다. 또 총격 부상을 당한 남성은 산 채로 불길에 내던져져 숨지기도 했다.

28일 AP통신 등 외신은 현지 온라인 매체 미얀마나우를 인용해 전날 숨진 시민들이 114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하루 기준으로 최다 사망자 수다. 앞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날은 지난 3월 14일로 당시 최대 9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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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먀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으로 누적 사망자는 328명이다. 여기에 전날 사망자를 합치면 지금까지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숨진 시민은 450명에 육박한다.

현지 매체인 이라와디는 군사정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사망한 시민이 현재까지 429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전날 하루에만 5살 어린이를 포함해 적어도 15세 미만의 시민 4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최소 10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또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던 시민들도 군경의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곤 지역에서 활동 중인 한 간호사는 “식수 배달원과 행인도 머리와 배에 총을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전날 ‘미얀마군의 날’을 맞이해 애초 명칭인 ‘저항의 날’로 바꿔 부르면서 미얀마 전역에서 시위를 했다.

다음 날인 28일엔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마을 주민 한 명이 총격에 부상당한 뒤 불에 타 숨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군경이 전날 밤 오후 9시쯤 아웅먀타잔구를 급습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인 아이 코(40)씨가 총에 맞아 다쳤다.

군경은 그를 체포한 뒤 불타는 폐타이어 위로 던졌다. 이 폐타이어는 주민들이 군경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해 놓는 것이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한 주민은 매체에 “불길로 던져진 뒤 그는 ‘엄마 살려줘요’라고 외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군경이 계속해서 총을 쏘고 있어 주민들은 그를 구하러 집 밖으로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라와디는 이 남성이 마을 자경단원 중 한 명이었다고 전했다. 마을 자경단 소속 한 명은 아이 코 사건 전에 신원미상 남성들이 주택가로 들어와 폐타이어 등으로 만든 바리케이드에 불을 질렀고, 이후 군경이 들어와 총격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아이 코는 이 불을 끄기 위해 집을 나섰다 총에 맞아 부상했다. 그는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울러 이라와디는 중부 사가잉주 몽유와 지역에서 총에 맞아 다친 시위대를 치료하던 20세 간호사 한 명도 군경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에서는 남성 한 명도 군경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얀마나우는 밍잔에서도 24세 여성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또 이날 오전 양곤 인근 바고 지역의 한 장례식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군경이 총기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장례식은 전날 군경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진 20세 학생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이라와디는 군경이 도망치는 장례식 참석자들을 체포하려 했다고 전했다. 또 최대 도시 양곤의 흘라잉구에서는 이날 군경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최소 두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군경은 열차에서 내린 뒤 총격을 가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얀마 군부 정권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자국을 점령한 일본군에 맞서 무장 저항을 시작한 것을 기념하는 ‘저항의 날’을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군의 날’로 명칭이 바뀌었다. 군부는 제76회 ‘미얀마군의 날’을 기념하며 군인과 무기를 대거 동원해 열병식을 개최하면서 시위대에 대한 무자비한 유혈진압을 예고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열병식에 앞서 행한 TV 연설에서 “안정과 안전을 해치는 폭력적 행위들은 부적절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국영 MRTV도 전날 밤 시위대를 향해 “머리와 등에 총을 맞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경고성 보도를 내보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