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최악 유혈사태로 100명 이상이 숨진 지 하루 만인 28일(현지시간) 미얀마 시민들은 다시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전날 어린이들까지 무차별 총격을 가했던 미얀마 군경은 만행을 이어갔다.
AP통신, 현지 매체인 미얀마 나우 등에 따르면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과 2대 도시 만달레이를 비롯해 미얀마 곳곳에서 이날 반군부 시위가 재개됐다. 일부 시위대는 또 다시 경찰과 대치했다. 미얀마 군경이 전날 전국 40여개 도시에서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114명이 목숨을 잃은 지 하루 만이다. 지금까지 군부에 의해 목숨을 잃은 미얀마 국민 수는 450명에 육박한다.
미얀마 군경의 총격은 이날도 반복됐다.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군경은 오후 1시쯤부터 시위대를 겨냥해 실탄과 고무탄을 쏘기 시작했다. 진압을 피해 일부 시위대가 아시아 로열 병원으로 피신하자 이들을 추격해 병원에서도 총격을 이어갔다. 근무 후 귀가 중이던 직원이 총에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인근 바고 지역에서는 군부 총격 진압으로 희생된 스무살 학생의 장례식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군경이 총을 쏘는 일도 있었다.
전날 군부 만행에 대한 증언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만달레이에서는 네 아이를 둔 40세 남성이 군경의 총격에 부상을 입은 뒤 산 채 불태워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목격자들은 전날 오후 9시쯤 군경이 남성이 살던 마을을 급습해 주민들이 설치해 놓은 바리케이드에 불을 질렀고, 마을 자경단원으로 활동하던 이 남성이 불을 끄려하자 총격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군경이 부상을 입은 그를 불타는 바리케이드 위로 던졌다고 주장했다. 불에 탄 남성의 시신 사진이 현지 소셜미디어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중부 사가잉주 몽유와 지역에서는 부상 당한 시위대를 치료하던 20세 간호사가 군경의 총격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고 현지매체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미성년자 희생자도 속출하고 있다. 5~15세의 아이들 최소 4명이 군경의 총탄에 희생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달레이에서는 13세 소녀가 자택에 있다가 군경의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쿠데타 시위가 시작된 이래 목숨을 잃은 20여명의 미성년자 중 한 명이라고 미얀마 나우는 전했다.
영국 BBC는 미얀마발 기사에서 “늘어난 사망자 수를 세는 일, 특히 어린이 사망자 수를 집계하는 일은 고통스럽다”고 전했다. 또 “전쟁터의 무기로 무장한 보안군은 거리에 사람이 보이면 누구든 총으로 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그 살인의 무작위성이 가장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끔찍한 학살 실태에 국제사회는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전 세계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원유와 가스 등 수입원으로부터 군부를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 등도 트위터를 통해 규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한국, 일본, 영국, 독일, 호주 등 12개국 합참의장은 미국 합참 주도로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에도 국제적 우호세력이 남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전날 군부가 마련한 국군의 날 열병식에는 러시아, 중국, 인도 등 8개 국가가 사절단을 보냈다. 러시아는 최고위급 인사인 국방차관이 참석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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