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물’로 치닫는 조류 인플루엔자(AI)와 달리 고공행진 중인 계란 가격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계란 한 판 당 평균 소매가격이 1개월이 넘도록 7000원대를 형성하며 평년보다 40%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살처분 조치로 산란계 개체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란계 재입식에 필요한 살처분 보상금 산정 기준에 대해 축산업계와 정부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어 자칫하면 하반기까지도 소비자들이 값비싼 계란을 사먹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는 진정 국면, 계란값은 상한가
일단 계란 가격을 끌어올린 주범인 AI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야생조류의 AI 감염 건수는 0건을 기록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초부터 일주일 단위로 야생조류 AI 확진 건수를 공표하고 있는데 0건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4일 전남 나주시 육용오리농장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4일째 추가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AI 확산세가 꺾인 점은 다행이지만 소비자에게 미치는 여파를 줄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계란 가격이 대표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6일 기준 계란 30개 당 평균 소매가격은 7591원에 달한다. 이날 기준 최근 5년간 평균가격(5303원)과 비교해 43.2%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7000원을 넘어선 뒤 2개월째 7000원대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국내 산란계의 30% 수준인 1673만5000마리를 살처분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산란계 살처분 수는 전체 살처분 마리 수(2989만3000마리)의 56.0%에 달한다.
정상화 빨라도 6월, 더 늦어질 수도
가격을 떨어뜨리려면 산란계 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오는 6월이면 산란계 평균 사육마릿수가 평년 수준인 7000만마리대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빨라도 6월은 돼야 가격이 안정된다는 것이다.하지만 산란계 재입식을 위한 기반 자금인 살처분 보상금을 놓고 업계와 정부 간에 빚고 있는 갈등을 고려하면 해당 시기에 가격이 정상화될지는 미지수다. 현행 살처분 보상금 기준에 따르면 살처분한 가축은 구매 당시 가격으로 보상한다. 마리 당 3000원에 구매했다면 이 가격대로 지급하는 식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산란계로 키워 낼 중추(생후 3개월 이상 된 병아리) 가격이 평상시에는 마리 당 3500~4000원이었는데 현재는 9000원”이라며 “현행 살처분 보상금만으로는 회복이 힘들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중추 가격 인상분만큼을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 경우 6월을 넘어 하반기까지도 계란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추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업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6월에는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