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영·EU·캐나다에 줄줄이 ‘보복 제재’…“다음 순서는 쿼드”

입력 2021-03-28 17:16 수정 2021-03-28 18:00
중국 공안이 26일 베이징의 영국대사관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신장 위구르족 인권 침해를 문제 삼아 자국 관료를 제재한 영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영국 기관과 개인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중국이 신장 위구르족 인권 침해를 문제 삼아 자국 관료를 제재한 미국, 캐나다, 영국, 유럽연합(EU)에 줄줄이 보복 제재를 가했다. ‘신장 인권’을 고리로 단일대오를 형성한 서방의 협공에 밀리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중국 외교부는 27일 미국과 캐나다 개인 3명과 단체 1곳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미국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의 게일 맨친 회장과 토니 퍼킨스 부회장, 캐나다 의회의 마이클 총 의원과 하원 국제인권소위원회다. 이들은 앞으로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에 입국할 수 없고 중국 개인 및 기관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앞서 영국 개인 9명과 단체 4곳, EU 관료 10명과 단체 4곳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로써 지난 22일(현지시간) 인권 침해와 관련된 신장 공안국 고위 관료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제재했던 나라에 모두 반격을 가했다.

중국 외교부는 “우리는 국가주권과 안보, 개발이익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관련국들이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고 잘못을 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같은 제재 조치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일방적 제재에 맞선 대응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는 한술 더 떠 미국 주도의 반중 포위망인 쿼드(Quad)가 다음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의 동맹 외교에 맞서 중국을 지지하는 국가들과 공동으로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했다. 주잉 중국 시난정법대 교수는 28일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된 쿼드가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며 “신장 문제와 관련해 공동 제재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장 인권 침해 의혹 중심에는 직업훈련소가 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8월 발표한 백서에서 테러와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교화하기 위해 직업훈련소가 설치됐고 훈련소에서 이들의 권익이 증진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방 국가와 인권단체들은 이곳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집단 수용 및 강제 노동, 조직적 강간과 불법 낙태 같은 인권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 국무부는 중국의 위구르족 정책을 ‘대량 학살’(제노사이드)로 규정했다.

26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 있는 스웨덴 글로벌 패션 브랜드 H&M 매장 앞에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중국에선 강제 노동 의혹이 제기된 신장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업체들에 대한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에는 강제 노동을 둘러싼 갈등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AP통신은 2018년 12월 미국에 수출되는 신장산 면화 대부분이 강제 노동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이후 미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12월 신장생산건설병단(XPCC)에서 생산한 면화 및 면 제품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선 신장 제재와 맞물려 신장산 면화를 보이콧한 글로벌 브랜드를 대상으로 불매 운동이 일고 있다.

중국은 미국 등 반중 세력이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 강제 노동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환구시보는 신장 면화 재배지와 실 공장 등을 방문한 결과 산업 전체가 기계화됐으며 강제노동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