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틀랜타주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 미국 곳곳에서 수천명 규모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열렸다.
ABC뉴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위안부·독도 운동을 벌여온 김진덕·정경식재단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한인회 등은 토요일인 27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총격 사건 피해자 추모식 및 아시안 인권을 위한 평화 시위·행진’을 개최했다.
이들은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져 있는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메리스퀘어 공원에서 추모식을 열고 총격 사건 희생자들을 기렸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중심지 유니언스퀘어까지 600m가량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인종차별 반대, 성차별 반대, 폭력을 멈춰라’ ‘나쁜 날은 증오 범죄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이날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3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 흑인인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도 참석해 인종증오 범죄를 규탄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LA한인회 주도로 2000명 규모의 반인종차별 행사가 열렸다. 이들은 총격 사건에 희생된 한인 등 아시아계 여성들을 위해 애도하고 구호를 외치며 도심을 행진했다. 이날 집회에는 한인뿐만 아니라 아시아계와 흑인, 히스패닉 등이 함께 참여했다.
시위 현장에는 주디 추·지미 고메스 연방하원의원과 LA지역 시의원 등 정치인들이 참석해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ABC뉴스는 이들 지역 외에도 애틀랜타와 뉴욕,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등 10개 이상 지역에서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시위가 60건 이상 열렸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애틀랜타 스파에서 한인 여성 등이 총에 맞아 희생된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혐오 주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건 직후 현지 경찰이 피의자 로버트 에런 롱의 범행 동기로 인종차별이 아닌 ‘성 중독’을 제시한 것도 시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최근엔 중국계 할머니가 산책을 하던 중 30대 백인 남성으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인종혐오 범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