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피해 산넘고 집으로… 코로나 확진에 6km 걸어간 노인

입력 2021-03-28 16:17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다른 사람에게 옮길까봐 6㎞를 2시간가량 걸어 귀가한 노인의 사연이 전해졌다.

강원도 속초시에 사는 A씨(75)는 지난 25일 오전 9시쯤 보건소로부터 코로나19 확진됐으니 격리치료를 위해 데리러 가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당시 A씨는 집에서 지인의 밭에서 농삿일을 돕고 있었다. 집에서 6㎞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보건소에서는 A씨를 데리러 가려고 주소를 물었다. 하지만 A씨는 밭의 정확한 주소를 몰랐다. 휴대전화 배터리마저 나가면서 전화를 끊겼다.

지인의 차를 얻어타고 왔던 A씨는 귀가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도 있으니 집까지 걸어가겠다고 말을 지인에게 남기고 사라졌다.

40분쯤 지난 보건소에서 보낸 구급차가 A씨가 있었던 곳에 도착했지만, 그는 사라진 상태였다. 연락이 두절되다 보건 당국은 경찰에 도움을 청하고 수색에 나섰다.

그 시각, A씨는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도로를 따라 가다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선 사람을 피해 산을 넘기도 했다. 그렇게 2시간 정도를 걸어 집에서 300m 떨어진 곳에 도착했을 때였다. A씨의 주소지 주변을 수색하던 경찰이 그를 발견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A씨는 28일 현재 속초의료원에 격리된 상태이다. 그의 동선을 역학조사한 결과, 밀접 접촉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재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