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카타르월드컵에 앞서 지역예선을 치르고 있는 유럽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개최국 카타르에서 벌어지는 인권탄압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노르웨이, 독일과 네덜란드에 이어 다른 주요 대표팀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연쇄적으로 나올 전망이다.
노르웨이 대표팀은 27일(현지시간) 스페인 에스타디오 라로살레다에서 열린 터키와의 카타르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홈경기 직전 자신들의 국가 연주 순서가 되자 입고 온 빨간색 대표팀 재킷을 벗었다. 재킷 안에 입은 흰 티셔츠에는 영어로 ‘Human Rights - On and off the pitch(축구장 안팎에서 모두 인권을)’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카타르 정부가 월드컵 준비과정에서 저지르고 있는 노동 착취 실태를 지적하는 메시지다. 노르웨이 대표팀은 앞서 지난 24일 지브롤터와의 지역예선 경기에서도 경기 전 같은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대표팀 간 경기에서 직접 이 같은 목소리를 낸 건 노르웨이 대표팀이 처음이다.
카타르 정부는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인도 등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들에게 휴식 없는 고강도 노동과 임금 체불, 여권 압수 등 비인간적인 노동 착취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수는 지금까지 6500명을 넘는다. 월드컵 주관단체인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 같은 비판에도 상황을 고의적으로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각국 대표팀이 카타르월드컵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른 대표팀도 인권탄압 반대 메시지에 호응하고 있다. 독일 대표팀은 노르웨이 대표팀이 최초로 메시지를 낸 이튿날인 지난 25일 아이슬란드와의 지역예선 경기 직전 11명 선발 선수가 각자 흰색 알파벳이 쓰인 검정 티셔츠를 입고 ‘HUMAN RIGHTS(인권)’라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네덜란드 대표팀도 이날 라트비아와의 지역예선 홈경기에서 ‘Football Supports Change(축구계는 변화를 응원한다)’고 적힌 검정 티셔츠를 입어 카타르 인권탄압 반대에 동참했다. 네덜란드는 축구협회 차원에서 관련 성명도 발표했다.
다만 모든 국가 대표팀 선수들이 해당 캠페인에 우호적인 건 아니다. 프랑스 대표팀 수비수 루카스 에르난데스는 지난 25일 경기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이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 (카타르의 인권 상황이) 좋은지 나쁜지 내가 말할 게 아니다”라고 답변을 거부하며 “카타르월드컵은 완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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