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미얀마군의 날’… 누적 사망 450명 육박

입력 2021-03-28 11:42 수정 2021-03-28 13:26
미얀마 국군의 날인 27일 미얀마 전역에서 100명 넘는 시민들이 군경의 총격에 사망했다. 트위터 캡처

‘미얀마 국군의 날’인 27일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대에 군경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100명 넘는 시민들이 숨졌다. 쿠데타가 발생한 지난 2월 이후 누적 사망자는 450명에 육박한다.

28일 현지매체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전날 숨진 미얀마 시민은 114명에 달한다.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일일 최다 사망자 수다. 지난달 14일에는 90명이 사망했었다.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숨진 시민은 누적 450명에 육박한다. 미안먀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으로 누적 사망자는 328명이었다.

차량에 기관총을 장착한 미얀마 군인 모습. 미얀마 나우 캡처

사망자 중에 5살 어린이,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던 시민도 들어 있다.

현지매체인 이라와디는 27일 하루에만 5살 어린이를 포함해 15살 미만의 시민 4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도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곤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간호사는 “식수 배달원과 행인도 머리, 배에 총을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인의 무차별 총격에 사망한 7살 소녀 툰툰 아웅이의 시신을 안고 유가족이 오열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7일은 ‘미얀마 국군의 날’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때 미얀마를 점령한 일본군에 맞서 무장저항을 일으킨 걸 기념하는 ‘저항의 날’에서 비롯했다. 1962년 군부정권이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 국군의 날’로 명칭을 바꿨다.

군부는 제76회 ‘미얀마 국군의 날’을 기념해 군인과 무기를 대거 동원해 열병식을 개최하는 동시에 무자비한 유혈진압을 예고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열병식에 앞서 TV 연설에서 “안정과 안전을 해치는 폭력행위는 부적절하며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국영 MRTV도 전날 밤 시위대를 향해 “머리와 등에 총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성 보도를 내보냈다.

시민들은 굴하지 않았다. ‘미얀마 국군의 날’을 애초 명칭인 ‘저항의 날’로 바꿔 부르면서 미얀마 전역에서 시위에 나섰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