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에 갇힌 동물 수천마리… “24시간 내 비극 벌어질 수도”

입력 2021-03-28 11:03 수정 2021-03-28 13:02
수에즈 운하가 대형 운반선 에버그린호(왼쪽)에 막히면서 고립된 가축 수천 마리가 아사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 AP연합뉴스, 데일리메일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막히면서 대기하고 있는 배들에 실린 동물 수천마리가 굶어죽을 위기에 처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24시간 안에 운하 운행이 재개되지 않으면 끔찍한 참사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대기하는 선박 가운데 동물을 실은 배는 최대 20척에 이른다. 선박 운항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운하 통항 재개를 기다리는 가축 운반선은 13척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자체 파악한 9척에 동물보호단체가 확인한 11척을 더해 최대 20척이라고 보도했다.

가축 운반선 대부분은 사료와 물 여분이 넉넉하지 않다. 단거리 항로인 유럽~중동을 오가는 선박의 경우 보유 식량이 2~6일치에 불과하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애니멀 인터내셔널’의 가브리엘 파운 유럽국장은 “이틀 안에 (가축용) 물과 사료가 떨어지는 배들이 있다. 24시간 내 운하가 열리지 않으면 중대한 비극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살아있는 동물을 배로 운송하는 게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동물복지단체 ‘컴패션 인 월드파밍’의 피터 스티븐슨은 ”배에 수천마리를 빽빽이 싣고 장기간 운송하는 방식은 가축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질병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부 배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다가 전용돼 가축 운송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 좌초로 수에즈 운하는 닷새째 막혀 있다. 운하가 열리길 기다리는 배는 27일 기준으로 276대에 이른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