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살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석모(48)씨의 남편 A씨가 “(경찰 말대로라면) 아내가 낳은 지 100일 된 아이와 갓 낳은 신생아를 바꿔치기했다는 것”이라며 석씨의 임신과 출산을 부인했다.
A씨는 28일 “경찰이 내게 아내는 2018년 1월에 출산했고, 큰딸은 3개월 뒤인 3월 30일에 출산했을 거라고 했다”면서 “그럼 출산 시기가 3개월 차이 난다”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이어 “아내가 정말 아이 바꿔치기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눈도 뜨지 못한 신생아와 100일 된 아기의 차이를 나와 사위, 의료진이 바보도 아니고 모두 몰랐을 리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경찰이 석씨의 출산 시기를 2018년 1월로 추정하는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딸과 비슷한 시기인 3월에 출산했을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경찰에 2017년 7월과 2018년 2월에 찍은 아내 사진을 보여줬다”면서 “경찰이 (배가 나오지 않은 아내 모습을 보더니) ‘이땐 이미 애를 낳았을 것’이라며 1월로 추정했다”고 주장했다.
딸 김모(22)씨의 출산 전후 상황과 관련해서는 “출산 다음 날인 4월 1일 사위의 연락을 받고 아내와 병원을 갔다. 그때 1시간 정도 병실에서 아기와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며 “오후 8시쯤 손녀를 다시 신생아실로 내려보내야 한다고 하기에 저와 아내, 사위가 함께 데리고 가 간호사에게 아기를 건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가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고 혈액형 확인을 위해 채혈하기 전인 48시간 이내에 아기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산부인과에서 아기의 혈액형을 파악한 결과 김씨 부부에게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는 “그 사이에 아이 바꿔치기를 하려면 시간이 안 된다. 아내와 나는 출산 다음 날 소식을 듣고 저녁에 함께 갔고 이후 아이는 신생아실에 들어갔다”며 “딸 출산 전후로 아내와 대부분 같이 있었다. 아내를 믿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A씨는 “남편인 내가 아내의 임신을 어떻게 모르느냐”면서 “아내가 샤워하고 나오면 속옷 바람으로 나올 때도 있는데 내가 눈치채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숨진 여아 B양은 지난달 10일 오후 3시쯤 구미 상모사곡동의 한 빌라에서 반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는 석씨였다. 당시 김씨와 같은 빌라 아래층에 거주하고 있던 석씨는 “김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집을 비워 달라”는 집주인 요청에 올라갔다가 B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애초 B양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씨는 유전자검사(DNA) 결과 B양의 친모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와 비슷한 시기에 임신, 출산한 석씨가 아이 바꿔치기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씨는 아이 바꿔치기는 물론이고 임신과 출산 사실까지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라진 김씨 딸의 친부인 C씨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신생아 팔찌가 끊어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김씨가 산부인과에서 출산한 직후 누군가 신생아 팔찌를 끊고 아기를 바꿔치기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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