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별세한 농심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범롯데 일가의 조문이 이어졌다. 생전 갈등으로 의절했던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조화도 놓여 눈길을 끌었다.
신춘호 회장은 27일 오전 3시38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30일 오전 5시다. 장지는 경남 밀양 선영이다. 빈소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3남2녀 모두 상주에 이름을 올렸다.
첫째 아들인 신동원 부회장과 쌍둥이 동생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 부인인 신윤경씨다. 상주들은 “목례로 조의를 부탁드린다”며 부의금은 받지 않고 있다.
사위인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은 정오쯤 빈소에 도착했다. 복도까지 나와 조문 온 이들을 배웅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2015년 농심 창립 50주년을 맞아 라면 조각상을 선물했다. 당시 신춘호 회장은 농심 본사 앞마당에 이 조각상을 설치했다.
신 회장의 형제는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사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숙씨, 신경애씨, 신경숙씨 등이 있다. 생전 고인은 형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갈등을 빚었지만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는 각별했다. 농심은 푸르밀과 협업해 ‘인디안밥·바나나킥·초코 바나나킥 우유’ 등을 내놨다. 신준호 회장은 오후 2시20분쯤 빈소에 도착했고 여동생 신정숙씨는 3시40분쯤 도착했다.
반면 신격호 회장과는 앙숙이었다. 1960년대 초 일본에서 활동하던 형을 대신해 국내 롯데를 이끌었던 고인은 라면 사업 추진을 놓고 형과 갈등을 빚었다. 고인은 당시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던 라면에 주목했지만 신격호 회장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은 롯데공업을 차려 라면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를 계기로 형제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신격호 회장은 동생에게 ‘롯데’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결국 1978년 고인은 사명을 농심(農心‧농부의 마음)으로 바꾼 뒤 완전히 갈라졌다. 이들 형제는 선친의 제사도 따로 지낼 정도였다. 다만 신격호 회장은 라면 시장으로 직접 진출을 자제하며 형제간 금도를 지켰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국 화해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신격호 회장이 별세했을 때 신춘호 회장은 끝내 형의 빈소를 방문하지 않았다.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과 신동윤 부회장만이 빈소를 지켰다.
신춘호 회장의 빈소엔 조카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조문은 없었지만 화환이 놓여 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의 화환은 고인 영정 옆에 위치해 농심과 롯데그룹의 반세기 동안 이어진 갈등을 풀고 화해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두 사람은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기간을 고려하면 장례 참석이 불가한 상황이다. 첫 조문객은 이상윤 농심 전 부회장이다. 같은 업계인 오뚜기 함영준 회장과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등은 화환으로 애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허연수 GS리테일 대표 등 재계 인사도 조화를 보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허인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전 야구선수 박찬호 등도 화환으로 추모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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