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의 날’인 27일 미얀마 전역에서 시민들의 피가 뿌려지면서 ‘최악의 날’로 변했다.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몰려나온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군경이 무차별 총격을 가하면서 이날 하루에만 91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하루 기준으로 가장 많은 시민이 사망했다.
미얀마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이날 “미얀마군의 날에 군부는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며 “오후 4시 30분(현지시간) 자체 집계로 40개 도시에서 9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양곤, 만달레이, 사가잉, 바고, 마그웨, 카친 등에서 전국에서 발생했다.
미얀마 현지인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망자 수는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일부에선 “100명이 넘는다”는 게시물도 퍼지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미얀마군의 날인 이날을 애초 이름인 ‘저항의 날’로 바꿔 부르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미얀마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자국을 점령한 일본군에 대항해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한 저항의 날은 1962년 군부 정권이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군의 날로 이름이 바뀌어 불리고 있다.
국영 MRTV는 전날 밤 보도에서 시위대를 향해 “머리와 등에 총을 맞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날 무자비한 유혈 탄압이 이뤄졌다.
군경이 거리에서 시신을 유기하는 모습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어린이 희생자들이 잇따랐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7살, 10살, 13살 아이들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나우는 만달레이에서 13살 소녀가 집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매체를 인용해 만달레이 사망자 가운데 5살 어린이도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피해가 커지면서 재미얀마 한인회는 이날 오후 긴급공지문을 통해 최대한 외출을 삼가고 외출하더라도 시위지역에 접근하지 말라며 안전을 당부했다.
군경의 유혈 진압에 대해 임시정부 역할을 하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사사 유엔 특사는 온라인 포럼에서 “이날은 군부 수치의 날”이라며 “군부 장성들은 3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들을 죽여놓고는 미얀마군의 날을 축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군부는 이날 제76회 미얀마군의 날을 기념하며 군인과 무기들을 대거 동원해 군사 열병식을 개최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열병식에 앞서 행한 TV 연설에서 “안정과 안전을 해치는 폭력적 행위들은 부적절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또 비상사태 이후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지만, 구체적 일자는 여전히 제시하지 않았다. 대규모 군사 열병식으로 힘을 과시한 군부가 국가 안정을 해치는 테러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향후 민간인 희생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