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새 드라마 ‘설강화’가 방송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고 군부독재 시절을 미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JTBC 측이 발 빠르게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설강화 촬영을 중지시켜달라는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6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는 등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7일 JTBC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방송할 예정인 드라마 설강화의 남자 주인공 수호는 운동권 학생으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남파 무장간첩이라는 설정이다. 또 여자 주인공인 여대생 영초를 돕는 인물로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 직원이 등장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누리꾼들은 설강화가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고, 간첩과 안기부를 미화시킨다며 비판 여론이 커졌다. 또 여자주인공의 이름이 실존하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을 연상시킨다는 점 등을 이유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JTBC 측은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 설강화는 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 그 회오리 속에 희생되는 청춘 남녀들의 멜로드라마이기도 하다”고 해명했다.
JTBC 측은 또 역사 왜곡 논란과 관련해 “미완성 시놉시스의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앞뒤 맥락 없는 특정 문장을 토대로 각종 비난이 이어졌지만, 이는 억측에 불과하다. 특히 ‘남파간첩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다’ ‘학생운동을 선도했던 특정 인물을 캐릭터에 반영했다’ ‘안기부를 미화한다’ 등은 설강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다를 뿐더러 제작 의도와도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JTBC 측의 이런 해명에도 설강화를 향한 여론은 싸늘하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JTBC 드라마 설강화의 촬영을 중지시켜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까지 게재됐다. 이 청원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6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민주화 운동에 북한의 개입이 없다는 것을 몇 번씩이나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설강화는 간첩을 주인공으로 했다”며 “그 외에도 다른 인물들은 정부의 이름 아래 인간을 고문하고 죽이는 걸 서슴지 않은 안기부의 미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저 작품의 설정이라 무시하는데, 설정 자체가 현재의 피해자에게 모욕을 주는 것을 보면 노골적으로 정치의 압력이 들어간 거로만 보인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근간을 모욕하고 먹칠하는 이 드라마의 촬영을 전부 중지시키고, 촬영 분량 또한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설강화 제작사 측은 일부 언론을 통해 “문제가 될 만한 장면들을 찾아내 모두 수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