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미국흑인노예? 실제론 죄수…中대변인 망신살

입력 2021-03-27 00:31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25일 '미국의 흑인노예'라며 흑백사진 한 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홍콩 빈과일보 캡처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를 부인하기 위해 ‘미국 흑인 노예’라며 공개한 사진이 실제로는 유명 작가가 찍은 교도소 죄수 사진인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당했다.

26일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화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중국 일반 국민들이 견해를 드러내 감정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H&M 등 기업이 신장 위구르의 강제 노동을 비판하며 이곳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중국 내 불매운동이 불거졌는데 이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화 대변인은 흑백사진 한 장을 들어 보였다. 옛 미국의 면화 농장에서 흰색 계열 옷을 입은 이들이 허리를 숙인 채 일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신장 지역에서 강제 노동이 이뤄졌다는 주장은 반(反)중국 세력이 악의적으로 날조한 거짓말”이라며 “그들(미국)은 역사적으로 100년 넘게 실제로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자기식으로 남을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25일 중국 베이징의 H&M 매장 앞을 한 남성이 지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지만 화 대변인이 꺼낸 사진 속 인물들은 흑인 노예가 아니라 교도소 죄수들의 모습인 것으로 드러났다. 1968년 텍사스주 퍼거슨 교도소 죄수들이 목화밭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미국 유명 사진작가인 대니 라이언이 촬영한 작품이라는 사실이 누리꾼들을 통해 밝혀졌다. 라이언은 당시 흑인 인권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4개월간 퍼거슨 교도소에서 죄수와 간수들의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과일보는 “화 대변인이 거짓 흑인 노예 사진으로 조롱거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화 대변인이 흑인 노예라고 보여준 사진이 실제로는 죄수들의 사진이며 ‘흑인 노예는 과거형이고 신장 노예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누리꾼들이 꼬집었다”고 전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