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꼬리 하면 길고 탐스러운 솜방망이가 흔할 것 같지만 실제 모양은 제각각입니다. 토끼처럼 뭉툭하거나 번개 모양으로 굽은 경우도 흔하지요. 길고양이를 마주친 사람들은 꼬리에 큰 상처나 학대를 입었다고 추측하지만 짧은 꼬리도 자연스러운 것 맞습니다.
2016년 중국 칭화대 생명과학연구소는 세계 233마리 고양이의 유전자 배열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특정 유전자가 꼬리 모양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유명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 내용을 소개합니다.
꼬리는 척추의 연장…3~28개의 뼈가 들어 있어
고양이의 꼬리는 척추뼈가 길게 이어진 섬세한 기관입니다. 꼬리 길이에 따라 뼈 개수는 3~28개로 다양하지요. 통증과 온도변화에 민감하므로 만지거나 밟으면 고양이가 몹시 싫어합니다.
꼬리는 유용한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길고양이들은 꼬리의 경직도, 털의 곤두선 모습으로 서로의 기분을 짐작하지요. 또한 꼬리는 격렬한 운동 시 신체 균형을 잡고, 추울 때 몸을 감싸 체온을 보호하는 기능도 합니다.
꼬리가 짧다고 생존에 불리한 건 아닙니다. 상대의 표정, 몸짓을 읽어 꼬리 언어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부상에 취약한 꼬리가 짧다 보니 부상 위험에 덜 노출되는 이점도 있고요.
꼬리 짧은 아시아 밥테일종…유전자 배열 다르다
꼬리가 짧은 고양이 종을 밥테일(Bobtail)이라고 부릅니다. 중국, 일본 등 대부분 아시아에 서식하지요. 칭화대 연구진은 아시아의 야생고양이 126마리, 세계 각지의 품종묘 107마리를 골라 꼬리 길이와 유전자 배열을 검사했습니다.
꼬리 길이는 10㎝ 미만에서 25㎝까지 다양했습니다. 특히 중국, 일본의 밥테일에서는 동일한 HES7, T-box 변이 유전자가 발견됐지요. 연구팀은 이 유전자가 꼬리 길이를 좌우한다고 소개합니다.
밥테일 유전자는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발견됩니다. 이곳 고양이의 평균 꼬리 길이는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절반에 불과하지요. 연구진은 밥테일종이 1만년 전 한반도,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발생했다고 추론합니다.
밥테일의 꼬리 길이는 3인치(약 7.6㎝)를 넘지 않으며 구부러진 모양은 사람의 지문만큼이나 다양합니다.
단미종은 영국 미국에도 있다
밥테일보다 소수지만 영국, 미국에서도 단미종이 발견됩니다. 영국의 경우는 자연 발생했으며 반면 미국은 아시아 밥테일종을 인위적으로 정착시켰지요.
1800년쯤 영국 인근 맨(Man)섬을 탐험하던 선원들은 꼬리가 없는 고양이들을 발견했습니다. 기이하게 여긴 선원들이 본토로 데려와서 맹크스(Manx) 고양이라고 불렀지요. 맹크스종은 1900년대 영국 미묘 선발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맹크스의 유전자는 영국 토착종과는 전혀 다릅니다. 고양이들의 시조 격인 아프리카종의 직계 후손이지요. 수만년 전 빙하가 녹아 맨섬이 생기고, 고립된 고양이끼리 짝을 짓다가 꼬리 짧은 맹크스종이 생겼다는 게 학계 분석입니다.
맹크스종은 꼬리 길이의 편차가 큽니다. 꼬리 흔적이 없을 만큼 짧은 경우도 흔하지요.
미국의 밥테일들은 1960년대 일본 밥테일을 데려온 개량종입니다. 미국 밥테일의 꼬리는 4~7㎝로 짧고 곧습니다. 중국 밥테일과는 달리 꼬리 모양새가 조금도 뒤틀리거나 구부러지지 않아요. 성품이 온순해서 장거리 트럭 운전사들의 조수석 동료로 인기가 많습니다.
어릴 적 영양실조, 부상 영향도 있어
고양이의 짧은 꼬리는 대부분 유전된 것입니다. 하지만 사고나 부상, 성장기의 영양실조 등 후천적인 경우도 있지요.
고양이 꼬리는 부상에 취약합니다. 영역 다툼 중에 물렸을 수도 있고, 도로를 건너다 차에 밟히곤 합니다. 만약 고양이의 꼬리에서 털이 빠지거나 염증으로 붉게 물들었다면 이는 부상을 입었거나 피부병을 앓는 겁니다. 유전된 꼬리는 깔끔한 털이 수북이 덮고 있어 구별하기 쉽지요.
꼬리 부상은 큰 통증을 유발합니다. 꼬리를 치켜들지 못해 배설물이 묻을 정도라면 부상이 심각한 겁니다. 이 경우 수의사들은 꼬리 절단을 처방하기도 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