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장으로 이어진 배터리 분쟁…LG·SK 평행선 계속

입력 2021-03-26 16:36


‘배터리 판결’을 둘러싼 공방이 양사 주주총회에서도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이 26일 주주총회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의 모호성을 지적하자, LG에너지솔루션도 즉각 입장문을 내고 “양사가 제출한 증거를 함께 확인해보자”고 맞받았다.

SK이노베이션 주총에서 의장을 맡은 이명영 사내이사는 “ITC가 사건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는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했다”며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고 미국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만드는 경쟁사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침해당한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어떻게 침해되었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전날 정기 주총에서 한 ‘엄정 대처’ 발언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앞서 신 부회장은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다”며 “피해 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주총 소식이 전해진 직후 LG에너지솔루션은 다시 입장문을 통해 “아직까지도 SK 측이 ITC 결정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실까지 오도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소모적 논쟁을 하지 말고 판결문에 적시된 영업비밀 리스트 관련 증거자료를 양사가 직접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판결문에는 양사가 제출한 영업비밀 침해 내용 22가지가 제시돼 있지만 해당 증거 자료는 양사 대리인들만 확인할 수 있는 상태다.

지난달 ITC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등에 대해 향후 10년간 미국 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지 한 달 넘게 지났지만 합의 진전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양사는 이달 초 배상금 협상을 위해 만났지만 ITC의 판단 전보다 원하는 배상금 격차는 더 벌어졌고, 이후 협상은 사실상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3∼4조원, SK이노베이션 측은 1조원 수준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