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궐선거를 10여일 앞두고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한 자리에서 때아닌 공동서약식을 가졌다. “이번 보궐선거가 전임 시장의 성폭력으로 치러지는 사상 초유의 선거임을 잊지 않겠다”고 공개 표명한 것이다.
두 후보는 26일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오거돈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같이 서약했다. 주최 측이 준비한 플래카드 앞에 거리를 둔 채 선 둘은 공대위가 준비한 ‘부산시장 후보자 서약’에 이름을 새겼다. 최근 격화된 네거티브전을 그대로 보여주듯 두 후보 사이에는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서약을 마친 뒤에도 인사를 나누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
침묵은 공대위가 깼다. 공대위는 “오거돈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돼 간다. 각 정당은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성폭력 사건을 정쟁화시키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후보들 사과와 응답에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진정한 사과는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는 이날 자신들의 성 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성 평등 정책을 실현해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돕겠다고 공개 약속했다. 서약서에 담긴 세부 실천 내용은 2차 피해가 없는 안전한 직장, 일상 회복 및 피해자 지원, 피해자와 직접 소통, 시장 등 고위직 공무원과 정치인의 성 인지 감수성을 높일 구체적 방안 마련·실행 등이다.
아울러 서약서에는 부산시의 성 인지 감수성 향상과 성평등 정책 실현, 성폭력 2차 가해에 대한 무관용 원칙 등도 담겼다. 공대위는 “오늘 부산시민 앞에 엄숙히 서약한 두 부산시장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지 약속한 모든 것이 이후 실제 시정에 어떻게 실현되는지 감시하고 변화를 추동하는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대위에 따르면 앞서 두 후보는 각자 오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만나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