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신새치기’ 거짓말쟁이 만연…“우정에 금갈 정도”

입력 2021-03-26 14:20
미국 뉴욕의 한 클리닉에서 고령자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2021. 03. 19. 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몇 달 먼저 맞기 위해 거짓말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현지 SNS에서는 꾸며댄 말로 백신을 접종한 친구에게 실망했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 자택에서 원격 수업을 듣고 있는 19세 대학생 야쿠브는 최근 동네 친구 2명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천식을 앓는 자신의 여자친구나 심장 질환이 있는 아버지도 아직 접종하지 못 했는데, 건강한 젊은 청년인 친구들이 먼저 주사를 맞은 것이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들은 흡연자라고 거짓말해 접종 자격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리노이주는 우선 접종 대상자에 흡연자를 포함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31세 스타트업 직원 손버그의 친구 역시 이달 초 당국의 백신 예약 사이트에서 개인 정보를 거짓으로 입력해 접종을 받았다고 전했다. 손버그는 암 투병 뒤 면역 체계가 약해졌음에도 아직 접종 대상자가 아닌 엄마를 떠올리며 “엄마는 지난해 3월 이후 식료품점도 가지 못했다”며 분노를 표했다.

트위터에서도 ‘백신 새치기’를 폭로하는 글을 찾긴 어렵지 않다. “건강한 30세 내 친구가 백신을 맞으려고 기저질환을 꾸며냈다” “내 친구 몇몇이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일한다고 거짓말하고 접종했다” 등의 내용이다.

이에 보건당국 관계자들도 제도에 허점이 있음을 인정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백신 새치기가 속출하고 있는 실태는 “두더지 잡기 게임”에 비유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해 12월 접종을 시작했다. 주마다 접종 대상자의 기준은 다르지만 대체로 의료진, 요양원 거주자, 고령자를 최우선으로 접종했다. 이후 필수 업종 종사자, 교사, 기저질환자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 대부분 주는 5월 1일까지 접종 자격을 16세 이상 모든 성인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