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길막’ 손해 시간당 4500억원…커피·휴지도 차질

입력 2021-03-26 11:42
수에즈운하청 당국이 좌초된 에버 기븐호를 물에 띄우기 위해 굴착작업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수에즈 운하 좌초 사고로 주요 해운회사들이 희망봉 우회경로를 검토 중인 가운데 원유·가스뿐만 아니라 생필품 같은 일반 제품 공급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CBNC방송은 해운정보 업체 로이드 리스트를 인용해 수에즈 운하의 하루 물동량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이번 사고로 시간당 약 4억 달러(약 4500억원) 어치의 물류 운송이 지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물류업체 ‘OL USA’의 앨런 배어 대표는 “좌초된 선박을 옮기는데 얼마나 오래 걸릴지에 달려있다”며 “운하가 계속 막히게 된다면 선박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해 가야 하는데 7일에서 9일까지 더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미국 동부로 들어오는 물류의 약 3분의 1은 수에즈 운하, 나머지 3분의 2는 파나마 운하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며 인도·중동 지역에서 들어오는 수입품 공급 역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에즈운하에 좌초된 에버 기븐호의 25일(현지시간) 위성사진 모습. AFP 연합뉴스

신화통신 연합뉴스

존 골드 미국소매협회(NRF) 부회장도 “운하를 가로막은 채 놓여있는 컨테이너 때문에 물류 흐름이 계속 지체되고 있다”며 “많은 회사가 팬데믹으로 공급망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번 사고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번 사고가 소매업자들에겐 ‘퍼펙트 스톰’(여러 재앙이 동시에 닥치는 현상)이라며 “더 나쁠 수는 없다”는 우려마저 나왔다.

상황이 이러하니 당장 인스턴트커피와 휴지 공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의 경우 로부스타 커피 최대 생산지인 베트남 등으로부터 수에즈 운하를 통해 커피를 들여오고 있다며 특히 컨테이너 부족으로 가뜩이나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데 사고까지 겹치면서 그 여파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화장지의 원료가 되는 펄프 운송에도 이미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앞서 파나마 선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Ever Given)호는 지난 23일 오전 수에즈 운하 중간에서 좌초했다. 길이 400m, 폭 59m의 초대형 선박은 운하를 사선으로 가로막아 통행이 전면 중단됐다. 선사인 에버그린 측은 사고 즉시 “갑자기 불어온 강풍 때문에 항로를 이탈하면서 바닥과 충돌해 좌초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에즈운하관리청은 배를 물에 띄우기 위해 예인선 등을 투입해 선체를 밀어내거나 굴착 작업을 하고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