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필리핀,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6개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에서 떼 지어 정박한 중국 배 200여 척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변국들은 단순한 어선이 아니라 중국 민병대가 타고 있는 배라고 판단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우리는 정말로 우려스럽다. 어떤 나라라도 그 정도 숫자의 선박에는 우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주필리핀 중국 대사에게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중국 측 주장이 근거없다는 국제상설재판소(PCA) 판결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은 뒤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했다.
필리핀이 발끈하고 나선 것은 중국 선박 220여 척이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휫선(Whitsun) 암초 부근에 대규모로 정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필리핀 해상경비대는 지난 7일 이러한 사실을 공개하며 배 안에 중국 해상 민병대가 타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 부처 연합체인 서필리핀해(남중국해의 필리핀 명칭) 태스크포스(NTF-WPS)는 성명에서 “청명한 날씨에도 암초 부근에 떼 지어 있던 중국 선박은 어로 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항행 안전과 해양환경 파괴에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필리핀 정부는 중국 측에 항의하며 이 배들을 즉시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주필리핀 중국대사관 측은 성명을 내고 “선박들은 민병대가 타고 있는 배가 아닌 어선이며 거친 파도를 피해 정박하고 있을 뿐”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해당 암초 지역은 중국 영유권에 속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자 이번엔 필리핀의 전통 우방인 미국이 나섰다. 주필리핀 미국 대사관은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중국이 다른 국가들을 겁주고 도발하며 위협하기 위해 민병대를 동원하고 있다”며 “지역 평화와 안보를 해친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베트남까지 이날 논란에 가세했다. 레티 투 항 외교부 대변인은 베트남이 ‘다 바 다우’라고 부르는 해당 암초에 중국 선박들이 정박 중인 것은 베트남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항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베트남은 중국이 이같은 침범을 멈추고 베트남의 주권을 존중하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