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행한 손 어느쪽이든…“사소한 진술번복 무죄사유 안돼”

입력 2021-03-26 09:15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의 일부 진술에 번복이 있어도 주요 내용이 일관되면 무죄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A씨는 2019년 1월 지하철에서 피해자 B씨의 치마 속에 손을 넣는 등 5분간 피해자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B씨는 애초 가해자가 서류 가방을 든 왼손으로 자신을 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법정에서는 오른손으로 추행했다며 번복했다. 1심은 B씨의 진술 번복에도 주된 피해 사실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일면식도 없는 가해자를 상대로 허위 진술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A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으며 추행 행위를 5분 동안이나 참고 있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전동차에서 A씨에게 항의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한 만큼 피해를 증명하기 위해 과장할 동기가 있고, 가방끈이 흘러내려 다시 잡는 과정에서 손이 피해자의 하체에 닿은 것 같다는 A씨 진술로 볼 때 B씨가 오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진술 중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사소한 진술이 일관성 없다는 사정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며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특히 재판부는 B씨의 진술 번복을 두고 경찰 조사 당시 경황이 없고 흥분해 정확한 진술을 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 납득된다고 했다. 또 추행 시간을 5분으로 밝힌 것도 주관적 느낌에 의한 것인 만큼 전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과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